한국일보

나이 90에 대학 1년생

2016-07-09 (토)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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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숫자에 불과(Age is nothing but a number)하단 말이 있다. 어떻게 해석해야 좋을까. 으앙 하고 한 인간으로 태어나는 순간부터 째깍 거리며 사람이 만든 시계는 분초를 헤아리며 시간은 흐른다. 시계만 흐르는가, 인간이 만든 달력이란 게 있어 12개월만 지나면 1년을 더해가는 나이를 저절로 먹게 된다.

사실은, 나이를 더해가는 것 자체는 인간이 만든 숫자 노름에 불과하다. 사람의 몸에 언제 달력이 입력돼 있다던가. 세상이, 1년이란 단위를, 즉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괘도에 맞추어 만들어 놓은 것에 그냥 끌려가고 있을 뿐 별 다른 의미는 없다. 그러니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니라 몸이 늙어가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인간의 몸은 기계와 같다. 기계는 많이 쓸수록 삭아지듯이 사람도 늙어갈 수록 몸은 쇠해진다. 그래서 사람은 삭아지는 몸을 더 삭아지지 않게 비타민도 먹고, 보양식도 먹고, 정기적으로 운동도 하는 등 몸을 보호하고 튼튼히 한다. 이것은 자동차에 비유해 3개월에 한 번씩 엔진오일을 갈아주고 매 번 점검 등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데 인간에게 있어 몸과는 달리 늙지 않는 것이 있다. 마음이다. 마음을 정신으로 비유할 수 있을는지는 모르나, 마음과 정신은 다른 것 같다. 정신은 뇌 작용, 즉 뇌신경에 의한 두뇌에서 일어나고 있는 세포들의 활동이라면 마음은 다르다. 마음엔 세포가 없다. 마음은 자유하다. 꿈을 꿀 수 있고 채울 수 있는 곳 또한 마음이다.

이렇듯 몸과 두뇌의 세포는 늙어가도 마음만은 늙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나이를 숫자에 불과하다고 보는 사람들이다. 한 마디로 청춘이다. 무어 청춘이 따로 있다든다. 마음이 스무 살 이면 청춘이지. 늙어가는 몸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늙지 않는 마음을 보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그 안에는 꿈이 있기에 그렇다.

한국 방송을 보면서 90세의 이종암 할아버지가 금년 미술대학 1학년에 재학 중에 있음을 보았다. 그는 87세에 공부를 시작해 초중고 검정고시를 다 통과한 후 금년에 대학에 들어가 나이 어린 손자 손녀 되는 학생들과 미술공부를 같이 하고 있다. 기자가 그에게 물었다. “왜, 공부를 하냐고!” 그러니 그의 말, “살아있으니까 한다!”.
참으로 청년의 삶을 살고 있는 이종암할아버지, 아니 이종암청년이다. 몸은 나이를 먹어 90세라 하여도 그의 마음과 꿈은 20대의 청년이니 그렇다. 2015년 한국의 상반기 대입검정고시에서 최고령으로 합격한 그는 48살 되는 사위가 자기를 천재라 부른다며 공부의 비결은 100점을 맞을 때까지 반복에 반복을 거듭한 것이라고 한다.

현재 소방기구 및 인명구조 장비 제조업체의 대표인 이종암씨의 장래 꿈은 거창하지가 않다. 미용실을 경영하는 거다. 그래서 미술 전공에 부전공엔 미용기술을 하려한다. 그는 자신이 머리를 잘 깎는다며 예전에 이발사를 셋 두고 미용실을 경영한 적도 있단다. 겉은 젊은데 속은 늙어 꿈도 미래도 없는 젊은이들이 새겨 둘 일이다.

우리 한인사회 일원에도 나이 90이 넘어서 활동하는 노인 아닌 청년들이 있다. 그들의 활동을 볼 때마다 스스로 부끄러울 때가 있다. 그 나이가 되려면 아직도 20, 30년이 더 되어야 할 텐데 자꾸 자지러져 들어가려는 마음을 다 잡으려 한다. 꿈이 없어서일까. 아님, 꿈이 없는 게 아니라 마음이 이미 늙어버려서일까.

청년 같은 마음으로 노년 아니, 생을 살아야겠다. 그러려면 우선 마음을 있게 해 주는 몸이 건강해야 한다. 몸이 가버리면 마음도 따라가니 그렇다. 가장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 하듯이 지금부터라도 꿈을 갖고 살아보자. 이종암 할아버지, 나이 90에 대학 1년생이라 너무 멋지지 않은가! 누구라도 그렇게 살 수 있다.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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