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두고만 볼 수 없는 IS

2016-07-06 (수)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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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는 옛 부터 ‘위대한 바다’로 불리었다. 지중해 연안에는 국가가 많아 지중해를 점령하면 자원을 많이 확보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바다를 둘러싸고 강국 간에 치열한 전쟁이 일어났다. 바로 600년간 지중해를 점령하고 있던 막강한 카르타고와 이를 점령하려는 로마와의 패권전쟁이었다. 3차에 걸쳐 이어진 이 전쟁(포에니 전쟁:기원전 264년-기원전 146년)은 결국 로마가 승리, 지중해 연안의 모든 나라를 지배했다. 그리고 패전국으로 하여금 조공을 바치게 하면서 로마는 이때부터 대제국의 면모를 갖추고 세계로 뻗어나갔다.

이즈음 지중해 인근에서는 메소포타미아 출신의 알렉산더가 그리스 전 지역을 점령, 헬라제국을 건설하고 막강한 군사력으로 이집트, 페르시아에 이어 인도까지 점령해 헬레니즘을 이루었다.

이렇게 해서 고대문화를 꽃피웠던 지중해 연안이 오늘에 와서는 세계 평화와 질서를 깨트리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근원지가 되어 지구촌이 연일 피로 물들고 있다. 두 위대한 제국이 탄생한 지중해에서 싹튼 IS가 이제는 이 범주를 벗어나 터키, 방글라데시, 사우디아라비아 등 여러 지역에 지경을 넓혀 어느 나라도 안심하고 있을 처지가 아니다. IS는 세계 19개국에 비밀조직을 두고 테러를 자행, 전 세계에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다.


이제까지 인류의 역사는 정복을 위한 전쟁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이 이제는 테러와의 전쟁으로 양상이 바뀌었다. IS는 조직을 전세계로 확산시키고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이를 근절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퇴치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테러로 인해 무고한 민간인이 죽어나가는 상황이 지구도처에서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IS는 이제 목표물인 나라로 가서 테러를 직접 자행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들에 기지를 두고 대리테러를 하는 식으로 전략을 변화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이로 인해 아무런 죄도 없는 민간인이 마치 파리 목숨처럼 오늘은 이 나라에서 죽어나가고, 내일은 저 나라에서 죽어나가는 어이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 파리에서 무차별 총격, 자살 등의 연쇄 테러로 150여명이 숨지고 벨기에 브뤼셀공항이 수십 명의 사상자로 피로 물든데 이어, 최근에는 지난 1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식당에서 외국인 20명이 인질로 고문당한 뒤 흉기에 찔려 잔혹하게 살해됐다. 그리고 이틀도 안 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최악의 IS 자살폭탄 테러로 350여명의 사상자(사망 200여명)가 나왔으며, 미 독립기념일인 4일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미국대사관과 이슬람 성지 등에서 연이은 자살폭탄 테러로 인명피해가 속출했다.

IS는 대체 무엇을 위해 인간의 탈을 쓰고 그처럼 사악한 짓을 저지르는가. 세계는 언제까지 이들의 만행을 이대로 두고만 볼 것인지... 이들을 퇴치할 뾰족한 수는 정말 없는 것인가. 그야말로 지구촌의 골치 아픈 숙제가 아닐 수 없다.

역사적으로 세계를 주무르던 막강한 제국들도 종국에는 그 힘을 다하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소중한 목숨을 초개같이 버리며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치며 자살테러도 불사하는 IS, 그들도 언젠가는 바람 앞에 촛불처럼 무너질 날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때까지 우리는 한시도 안심하고 살 수 없다.
juyoung@@koreatimes.com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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