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만 울다’

2016-07-05 (화) 09: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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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선

살아보려고
맨홀뚜껑 옆
꽃대를 올렸던 노란 민들레
길바닥에 뿌리를 드러낸 채 웃고 있다

찍힌 데가 아프지는 않은지
하찮은 꽃이었던 게 억울하진 않은지
눈부신 봄날, 한 번
피워봤으니 그만이라고

냉이, 민들레, 이름 모를 잡초들
글썽이며
거칠게도 뽑히며,
비바람 속에서도 웃는다


나만 자주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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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울다’

강영일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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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선은 비건 요가 시인으로 남달리 생명을 사랑하여 살아있는 것을 먹지 않는다. 전 존재의 상생을 꿈꾸는 제법 많은 사람 중의 하나이다. 그런 이의 눈에 뿌리를 드러낸 채 핀 민들레가 아프게 들어온다. 밟히고 찍히면서도 웃는 것들은 슬프다. 하지만 슬픔 속에서 깨어나는 생명의지는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민들레 같은 사람들을 위해, 뽑히고 찍히는 그들을 위해 울어주는 사람의 슬픔은 또한 얼마나 귀한가. 불안한 소식이 자주 들려오는 요즘이다. 이 세상에 가득 상생의 깨달음이 햇살처럼 내렸으면 좋겠다. 임혜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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