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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칼럼] Angel Island

2016-06-15 (수) 김문철 목사/ 천성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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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메모리얼 데이에 교인들과 함께 금문교 옆에 자리 한 Angel Island 로 하이킹을 갔다. 항상 모두를 만족시키기는 힘든 법이다. 하지만 참여하신 모든 분들이 만족해 하신다. 가까운 곳이라 그 가치를 못 느끼셨는데 실제 가 보시곤 “이렇게 좋은 줄은 몰랐다”며 즐거워하신다.

갈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난 개인적으로 베이 지역에서이곳이야 말로 감추어진 진주란 생각이 든다. 그 어느 곳보다 샌프란시스코의 아름다운 경관을 파노라마처럼 한 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섬을 한 바퀴 돌 때 펼쳐지는 장면은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금문교와 베이브리지,산과 바다, 숲과 절벽,갈매기와 사슴,하얀 백사장 등이 어우러져 환상의 장면을 연출한다.

안식의 기쁨이 있었다. 치유와 회복이 있었다. 이런 아름다운 곳이 지척에 있어서 감사했고,이런 아름다운 곳을누구나 누릴 수 있도록 개발한 이 나라가 감사했다.그리고 무엇보다도이런 귀한 선물을 주신 창조주 하나님께 감사했다.


성경에는 이 피조세계의 아름다움을 비유적으로 노래한 시들이 많다.시편 23편도 그 중에 하나다.시인 다윗 왕은 이 시에서 양들이 푸른 초원에서 뒹굴고,잔잔한 물가에서 거니며 안식과 평안을 누리는 모습을 목가적으로 묘사한다.“그가 나를 푸른 초장에 누이시며 쉴만한 물 가로 인도하시는도다.”(2) 그리고 그런 안식과 평안 속에 치유와 회복이 있음을 기뻐한다.” 내 영혼을 소생시키시고…”(3) 양들이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마음껏 쉬면서 평안을 누린다는 표현이다.

하지만 시인 다윗 왕은 아름다운 자연이 양들에게 만족을 주는 근원임을 말하려고 이 시를 쓰지는 않았다.이 시의 초점은 그런 아름다운 곳을 주신 분이 누구인가를 기억하는 것에 초점이 있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1)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4) 모두가 목자되신 하나님이 계시기에 만족을 누린다는 표현이다.축복과 축복을 주신 분을 혼돈하지 말자는 것이 시인의 의도다.

아무리 좋은 축복도 그 축복을 누가 주었는지를 잊어버리면 인간은 인간답지 못할 수 있다.오히려 축복을 이용해서 축복을 주신 분의 뜻을 거스릴 수도 있다.

Angel Island 를 돌다보면 아픈 흔적들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이 아름다운 섬이 인간 차별의 거점으로 사용되었던 역사들이다. 1,800년대 후반에 미국은 중국인을 비롯해 동양인의 입국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그래서 중국인 배척법 (Chinese Exclusion Act)을 만들어 모든 동양인 입국자를 이곳에 가두어 심사했다.어떤 이들은 이곳에서 수년간을 감금당했다.당시 감금당한 사람들은 빌딩 벽에다 칼로 시구를 새기면서 외로움과 아픔을 달랬다.인간은 축복에만 초점을 모으면 언제든축복을 주신 분의 뜻을 쉽게 잊을 수 있음을 말해준다.

Angel Island하이킹은 좋았다.그야말로 좋은 선물을 받은 느낌이었다.하지만 선물에 감사하면서 동시에 선물을 주신 분의 뜻을 기억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다.선물은 임시적이지만 선물을 주신분은 영원하기 때문이다.이 세상이 아름답다면 이 세상을 주신 분은 더욱 아름다울 것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이 땅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이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라고 믿는다면 우리는 더욱 겸손해지지 않을까? 주어진 선물을 내 것으로 만들려고 차별하고 배척하기보다는 서로 공유하고 나누려는 모습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부디 선물보다는 선물 주신자를 기억하며, 내게 주어진 선물들을 서로 나누고베푸는 사랑의도구로 사용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김문철 목사/ 천성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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