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구입이냐 임대냐’ 베이비부머 세대 고민거리

2016-06-02 (목)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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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퇴세대의 주택, 현재 상황으로 주택 구입이 한판승

▶ 장기 주택 보유 불가 땐 임대 유리

주택 구입이냐 임대냐의 문제는 어제 오늘만의 고민거리가 아니다. 주택 구입이라는 중대한 결정을 앞두고 항상 임대할 때와 비교하며 장점을 저울질하게 된다. 주택시장의 상황에 따라서도 구입과 임대의 유리한 점이 차이난다. 첫 주택 구입자나 재구입자, 은퇴자들도 ‘구입이냐 임대냐’하는 고민거리는 모두 똑같다. 최근 구입과 임대를 놓고 고민이 더욱 깊어진 세대가 있다. 바로 베이비부머 세대 중심의 은퇴세대다. 자녀를 출가시킨 이 세대는 한동안 정든 집을 잇달아 처분하는 세대다. 집을 팔고 나서 이사 갈 집을 찾아야 하는데 이때 구입과 임대를 결정할 수밖에 업다. 월스트릿 저널이 은퇴세대의 주택 구입과 임대 결정 때 고려할 사항을 소개했다.

■ 현 상황은 구입이 훨씬 유리
전통적으로 주택 구입이 임대보다 유리하다는 것이 정설로 여겨져왔다. 그러나 일부 은퇴자들의 경우 임대가 모기지 대출을 통한 구입보다 비용 면에서 오히려 훨씬 효율적일 수도 있다. 세대를 구분하지 않고 봤을때 현재 상황은 주택 구입의 한판승이다.

온라인 부동산 업체 트룰리아 닷컴의 조사에 따르면 20%를 다운하고 30년 고정 모기지를 받아 주택을 구입한 뒤 7년간 주택을 처분하지 않는다고 했을 때 주택 구입이 비용 면에서 임대보다 약 34.8%나 저렴하다.


■ 에퀴티 쌓일 때만 구입이 유리
하지만 주택 구입으로 비용이 절약되는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구입 뒤 장기 보유할 경우 주택 순자산을 뜻하는 ‘에퀴티’ (equity)가 쌓일때에만 임대보다 유리하다고 볼 수있다. 그러나 은퇴 연령층이라는 특성상 장기 주택 보유가 불가능하면 구입으로 인한 장점이 떨어지고 오히려 임대를 하는 편이 여러 면에서 더나을 수도 있다.

일부 고령의 은퇴자들은 주택 구입 뒤 조기 사망할 수도 있고 자녀들에게 부동산 자산을 상속하기도 하기 때문에 계획했던 것보다 주택을 일찍 처분해야 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한다.

■ 순자산 가치부터 따져봐야
랄프 맥래플린 트룰리아 닷컴 수석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은퇴자 대부분 은퇴 당시 거주 주택에서 평균약 15년간 더 거주한다고 한다. 15년정도면 에퀴티를 어느 정도 쌓기에 충분한 기간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이 기간 동안 상속 등의 주택 처분 필요가 없다면 보유한 주택은 비유동 자산으로 변질된다. 자산 가치는있으면서도 당장 현금화하기 쉽지 않아 다른 수익 창출이나 개인 여가 등의 용도로 사용이 쉽지 않은 자산이다.

맥래플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처분으로 발생한 추가 현금 자산은 유무형 가치를 가지고 있다”며“금융 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창출할수 있고 은퇴 후 여가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데도 유용한 자산”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강조했다. 주택 자산은 특히 주택 시장 상황이 악화됐을 때 하락을 피하기 힘들다. 주택 가격 하락 등으로 주택을 급히 처분해야 할 경우 당초 기대했던 수익을 달성하기 힘들고 은퇴 후계획까지 영향을 받게 된다.

■ 지역별로도 큰 차이
트룰리아 닷컴의 조사에서 전국 100대 주요 도시에서 아직까지 집을 구입하는 편이 임대보다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비용 절약폭은 지역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은퇴 지역별로 구입과 임대에 대한 결정이 다를 수 있겠다. 뉴올리언스의 경우 상대적으로 낮은 주택 가격으로 주택 구입이 임대에 비해 무려 약52.3%나 유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주택 가격이 비싼 호놀룰루의 경우 구입과 임대 비용간 차이는 약 14.4%에 지나지 않는다.


월스트릿 저널에 따르면 은퇴 지역으로 선호되면서도 집값 부담이 높지않은 지역은 대부분 플로리다주에 많이 있다.

더 빌리지스, 네이플스, 베니스, 델레이 비치, 디어필드 비치 등이 은퇴 주택 구입 지역으로 추천된다. 현재주택 가격 상승 속도가 임대료 상승 속도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는 것도 은퇴자들이 구입과 임대를 결정할때 고려해야 할 점이다.

■ 구입 관련 비용 점검
주택 구입자라면 누구나 그렇듯 은퇴자 역시 주택 구입으로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대개 모기지 페이먼트만 생각하게 되는데 그랬다가는 예상치 못하게 불어 나는 비용 부담이 은퇴 후가 오히려고달파진다.

주택 구입 뒤 발생하는 가장 큰 비용은 모기지 페이먼트와 함께 재산세, 단지 관리비(HOA), 주택 보험료등이 있고 불규칙적으로 발생하는 수리비와 리모델링비 등도 주택 구입에 따른 무시못할 비용 항목이다.

반대로 주택 임대를 하게 되면 모두 건물주가 책임져야하는 비용이기도 하다.

일단 현재 보유 주택을 팔기로 결정했지만 어느 곳을 은퇴지로 골라야 할지 고민인 은퇴자들은 우선 임대를 시작하는 것이 권장된다. 평소 은퇴지역으로 마음에 두고 있던 지역에 임대를 하면서 은퇴지역으로 적합한지 살펴보면 결정에 큰 도움이 된다.

■ 기타 고려 사항
주택 구입을 최종 결정했다면 몇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은퇴전과 은퇴 후 주택 구입 절차가 다소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은퇴자들은 고정 수입이 없기 때문에 모기지 대출 승인이 상대적으로 까다로워진다는 점이다. 비은퇴자들의 모기지 대출 심사에서도 총 부채상환비율이 최고 약 43%를 넘지 않는다.

모기지 대출을 받은 뒤에도 고정 수입이 어느 정도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은퇴자가 넘기 쉽지 않은 벽이다.

그래서 은퇴자들의 모기지 대출 신청시 보유 주식 등 기타 투자 자산 등이 고려되는데 가치가 전액 다 반영되는 것은 아니고 시장 불안성 등을 감안, 현재 가치의 약 60%만 대출 심사 대상에 포함된다.

은퇴자들이 젊은 세대와 다른 점은 보유 현금 자산이 비교적 두둑하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의 고정 수입이 높을지는 몰라도 다운페이먼트 자금이 마련되지 않아 주택 구입에 어려움을 겪는경우가 많다. 하지만 은퇴자들은 보유 주택 처분, 저축 등으로 마련된 현금 자산이 탄탄한 편이다. 보유 현금 자산으로 다운페이먼트 비율을 높여 모기지 대출 이자율을 낮추는 데 적극 활용할 수 있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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