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말씀-실천 병행… 영적 근육 키워야”

2016-04-21 (목)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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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브호프투게더 김광빈 목사

▶ 홈리스·저소득층 어린이 돌봐

“말씀-실천 병행… 영적 근육 키워야”

김광빈 목사는 평소에 신앙을 실천하며 영적 근육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수 그리스도는 공생애 기간 내내 세상을 돌며 사람들을 만났다. 심지어 휴식하고 식사하는 동안에도 그를 찾는 사람들을 내치지 않았다. 부자도, 고관도, 학자도 그리고 병자와 세리와 창녀도 모두 똑 같이 예수 그리스도 앞에서는 고통을 호소하는 ‘길 잃은 양’일 뿐이었다. 예수의 능력은 무한대였으며 그에게 매달린 사람들은 일생일대의 문제에서 구원을 받았다.

교회가 힘이 없다는 자탄이 끊이지 않는다. 실제로 울타리 밖에서 예배당 십자가를 흘낏 거리는 시선에는 조소와 조롱이 담겨 있다. ‘예수를 믿는다고 뭐가 달라지느냐’는 손사래에는 기독교인의 무능과 이기주의에 대한 질타가 담겨 있다. 과연 신앙은 관념적 철학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살아 숨 쉬는 파워로 사회를 변화시킬 것인가.

“영적 근육을 키워야 합니다. 야구 선수가 투수가 던지는 공을 쳐내는 방법을 아무리 열심히 공부하면 뭐합니까? 실제로 필드에 나가서 수천 번 이상 배트를 휘두르면서 공을 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머리에 넣은 이론도 물거품이 될 뿐이죠. 믿음도 마찬가지에요. 생전 뭐를 해 봤어야 힘을 발휘하죠.”


‘러브호프투게더’라는 사역단체를 이끄는 김광빈 목사는 틈만 나면 ‘영적 근육’을 화두로 꺼낸다. 신체 근육이 약한 사람이 걷지도 못하고 무거운 짐을 들 수도 없듯이, 영적 근육이 없이는 신앙의 힘이 발휘될 수가 없다고 강조한다.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도 없고, 하나님의 길을 볼 수도 없다는 것이다.
“말씀-실천 병행… 영적 근육 키워야”

지난 부활절 여성 홈리스가 기도를 부탁하자 봉사자들이 다함께 중보기도를 하고 있다.


홈리스를 돌보고, 일일 노동자를 격려하고, 저소득층 어린이에게 조촐한 파티도 열어주고, 한때의 실수로 복역 중인 청소년과 끈을 연결하고, 미자립 소형교회의 외로움을 나눠지는 게 김 목사의 몫이다. 하지만 겉으로 한눈에 보이는 이런 사역에 못지않게 신경을 기울이는 일이 있다. 이런저런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만나 하소연을 듣는 것이다. 별다른 조직이 있는 것도 아니다. 김 목사와 김상빈 사모 뿐이다. 여기에 SNS 공지를 보고 때때로 합류하는 무명의 자원봉사 군단이 전부다.

“가정이 위기에 처했다거나, 불치병에 시달린다거나, 자녀가 문제를 일으켰다거나, 체류신분 때문에 가장이 추방당하고 어린 자녀들이 대책 없이 남겨졌다거나, 이혼과 사별로 홀로 됐다거나, 사람들은 정말 아픈 문제들을 갖고 있어요. 그런데 거의 다 이미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입니다. 원칙대로라면 제가 만날 필요도 없는 분들이에요. 자기가 다니는 교회에서 상담하고 도움을 받으면 되는 거죠.”

교회에서 속 깊은 아픈 사연을 거리낌 없이 꺼내는 교인이 얼마나 될까. 중보기도를 부탁하며 내놓은 사생활이 얼마 못가 교회 안에서 회자되는 어이없는 상황은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은 풍경이 됐다. 하물며 어렵사리 도움을 청해도 냉랭하고 사무적인 반응에 가슴을 베인 사람들은 또 얼마나 되는가. 인생의 급량에 휘말린 영혼은 교회에서 안식을 차지 못하고 바깥을 기웃거리며 도움을 청한다.

“당연히 저도 뾰족한 수가 있는 건 아니죠. 그래서 항상 말합니다. ‘나도 당장 해결책은 없다. 다만 예수 그리스도께 같이 구해보자.’ 물론 여기저기 도움이 될 만한 데를 찾아보죠. 그래서 네트워킹이 필요합니다. 대부분 동참하는 분들은 본인도 고통을 경험해 본 사람들이요. 고난을 이겨내고 또 남을 도우면서 믿음의 근육이 자란 거지요.”

오늘날 기독교인은 머리 안에 성경 지식은 가득 차있는데 몸에 근육이 메말라 버린 판국이라고 김 목사는 말했다. 교회의 머리가 되는 예수 그리스도는 또 다른 머리가 필요한 게 아니라 세상에 나가 일을 할 팔과 다리를 원하고 있다고 그는 아쉬워했다.

“영적 근육이 말라버린 건 당연한 일입니다. 평소에 근육 운동을 한 적이 없거든요. 공부는 많이 했는데 밖에 나가서 뛰어 본 적이 없는 겁니다. 배고픈 사람에게 직접 밥 한 끼 건네면서 복음을 나눠보고, 인생의 위기에 처한 이웃을 도우려 조금이라도 애써보는 사이에 나의 신앙에 근육이 붙는 거잖아요.”

신학교육이나 성경공부와 제자훈련 모두 중요하지만 말씀과 함께 실천 훈련이 병행되지 않으면 ‘좀비’같은 목회자와 기독교인만 양산될 뿐이라고 김 목사는 안타까워했다. 공부 많이 한 목사나 교인이 없어서 추수할 일꾼이 부족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교회 안에서 말로만 믿음을 강조한다고 영향력이 생기는 게 아닙니다. 목사부터 교인까지 수시로 세상의 낮은 곳을 찾아가며 영적 근육을 키워야 합니다. 그래야 생명력이 생기고 사람들이 교회로 발길을 돌립니다. 그리고 교회 안에 맴도는 피로감을 쫓아내는 길도 이것입니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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