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뉴저지 패터슨’을 아세요?

2016-02-20 (토) 김주앙(화가/패터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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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사세요?” “아~예 ‘패터슨’에 살아요.” 하면 물어 온 사람들은 대체로 놀란 눈을 하고 나를 이상스레 쳐다본다. 그리고 “그곳은 위험지역이고 흑인동네라고 하던데…” “하하 그렇데요? 그냥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랍니다.” 나는 아무렇지 않게 능청스레 대꾸하고 말아 버린다.

한국 사람들은 패터슨을 사람 살 곳이 못 되는 지역으로 알고 있다. 친구들조차 한국사람 하나 없는 그런 구석에서 무엇 때문에 살고 있냐면서 어서 이사 나오라고 야단들이다. 그랬다. 한국 사람은 고사하고 아시안 조차 하나 없는 그런 구석에서 나는 아주 당당하고 멀쩡하게 그것도 행복하게 살고 있는 패터슨 주민의 한 사람이다.

조지 워싱톤 브릿지(GWB)를 기점으로 하는 80번 하이웨이 서쪽방향을 타고 40-50분을 달리면 ‘패세익 카운티(Passaic county)’를 진입하면서 곧 ‘패터슨’을 만난다. 80번 선상을 달리면서 패터슨 시티의 웅장한 크기를 엿볼 수 있을 정도로 패터슨은 뉴저지 주에서 가장 큰 도시로 알려져 있고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으로 손꼽힌다. 한인들의 고정관념처럼 알고 있는 ‘흑인동네’ ‘위험한 곳’ 그 말은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흑인 때문에 위험한 것이 아니고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은 사건이 빈번할 수밖에 없는 이유일 것이다.


19세기경, 영국으로부터 들어온 실크생산은 패터슨 도시를 산업도시로 형성하는데 핵심이 되었다. ‘실크 도시’라는 호칭까지 붙으면서 미국에서 인접한 히스패닉 이민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 후 섬유산업을 비롯해 총기, 철로와 기관차 제조업, 각종 기계제조 산업이 번창하면서 패터슨은 이민자들의 선호지역으로 발전해 나갔다.

패터슨은 52개국 민족이 모인 다민족의 집합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히스패닉 계통 민족은 60%이상, 그리고 방글라데시, 인도를 위시해 팔레스타인, 알바니아, 아랍국가, 터키, 시리아 등 이슬람계와 무슬림 계통의 인구가 20%를 넘는다고 한다. 이곳의 유명한 볼거리는 바로 ‘명소’ 이다.

그 하나가 나이라가라 폭포에 버금가는 ‘그레이트 폴(Great Falls)’이다. 이 폭포는 몇 년 전부터 주 정부에서 국립공원으로 조성한다는 발표와 더불어 아마도 작년 여름까지 모두 완성된 것으로 알고 있다.

볼거리 그 두 번째는 바로 ‘램버트 성(Lambert Castle)’이다. 이것 역시 충격적으로 훌륭하다. 역사박물관, 도서관, 미술관, 등 층층이 다른 형태의 ‘성’형태의 특유한 건축양식도 특별하고 전시물 역시 고대와 현대를 아우르는 역사적 고찰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우리 집 미국 고향은 북부 뉴저지 버겐카운티의 웨스트우드(Westwood)였다. 그곳은 전형적인 미국 중산층 도시였다. 그 타운 역시 당시엔 한국인 한명도 없는 곳이었다. 은퇴 후를 위한 단 한 번의 이사는 상상도 생각도 못한 그것도 한인들이 제일 터부시 하는 ‘패터슨’의 주민이 되었다. 패터슨은 너무 생소하고 낯선 미국 속의 또 다른 나라 같았다. 그럼에도 그 낯설음은 오히려 삶의 원동력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
나는 왜 이곳에 살고 있을까? 그런 생각에 깊이 잠기곤 한다. 때로 나는 시리아 사람이 되기도 하고 스패니쉬가, 흑인이 되기도 한다. 가끔 홈리스가 되기도… 어느새 내 주위엔 아픈 이웃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저들의 눈물을, 고통을, 그리고 무서운 고독을 안아주고 손을 잡고 함께 하는 것, 그것은 아마도 나의 패터슨의 마지막 미션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착각일수도). 지금의 기독교 선교현장은 ‘다민족선교’ 전략이라고 했던가! ‘멀리 다른 나라 찾아갈 것 없어요, 뉴저지 패터슨으로 오세요’ 이다.

<김주앙(화가/패터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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