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엔트로피의 원리

2016-02-22 (월) 이명종(뉴욕시립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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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런 축복의 말과 함께, 새해의 화두는 단연 미래를 전망하는 일이겠다. 이럴 때 어떤 근본적인 원리가 있어서, 미래가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예측 할 수 있다면 더 할 나위 없겠지만, 문제는 그런 원리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도 과학의 몇 가지 근본적인 원리들은 자연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잘 설명하고 있는데, 만유인력의 법칙, 에너지 불변의 법칙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열역학 제2법칙이라고도 하는 ‘엔트로피(entropy)의 원리’로 미래를 얘기할 수 있다.

엔트로피는 변화라는 뜻의 라틴말에서 왔는데, 이 원리가 수학적 표현은 다르지만 오늘날 정보통신의 근간을 이룬다. 이 원리에 의하면 자연계의 모든 것은 평형을 이루는 방향으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풍선은 날아오르고, 산은 낮아지며 골짜기는 높아지고, 우주는 팽창한다는 것이다. 또 인터넷의 다음 단계로 IoT(Internet of Things)를 말하는데, 예전에는 컴퓨터의 보급이 지역적 불균형을 이루었지만, 앞으로는 극소형 컴퓨터가 모든 사물속에 스며들어 세상만물이 다 연결되어 평형을 이루게 되니, 그 어느 시대보다도 엔트로피는 극대화 될 것이다.

이 원리는 인간사회에도 적용 될 수 있다. 과거에는 권력이 왕 또는 소수에게 편중되어 엔트로피가 낮은 사회였지만,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민주주의로의 발전은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므로 필연적발전이라 하겠다.


엔트로피는 독재자도 무너뜨린다. 조선시대의 가정에서는 남편에게 압도적인 권력이 있었으니 엔트로피가 낮은 사회였고, 요즘은 아내와 남편의 힘이 같아졌으니, 엔트로피가 높아졌다. 자동차회사와 컴퓨터회사가 분명히 다른 종류의 기업인 시절이 있었으나, 엔트로피는 이런 기업들간의 장벽을 무너뜨려, 요즘엔 구글이 최초의 무인자동차를 만들어 보급하려 한다.

몇 개의 대기업이 지배하는 산업에서 미래에는 중소기업이 대세가 될 것이고, 남북한의 살림이 비슷하게 되면 삼팔선은 없어지지 않을까 한다. 이것이 엔트로피를 증대시키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내일 세상의 종말이 올지라도 오늘 한그루의 나무를 심으며, 잘 살게 해주고도 그것을 자신의 소유로 삼지 않으며 오히려 변두리에 있기를 자처하는 이들, 친구를 위해 자기의 생명을 내려놓고, 내일 일은 내일 염려하는 들에 홀로 핀 백합화의 향기와, 우주의 혼돈을 새로운 창조의 질서로 세우는 사랑의 원리가 우리 가슴의 박동과 어우러지는 한, 우리는 오늘 여기를 충만히 살아 유토피아를 만들 수 있으리라.

<이명종(뉴욕시립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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