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듀몽의 살인 사건

2016-02-22 (월) 최효섭 (아동문학가/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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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뉴저지의 화젯거리는 듀몽의 살인 사건이다. 58세의 남편이 35년 동안 함께 살아온 54세의 아내를 살해하였다. 살인 사건이야 많지만 죽인 남편도 죽은 부인도 이웃과 직장에서 칭찬을 많이 들으며 살던 착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화젯거리가 되었다.
남편 피터는 결혼 직후부터 쓰레기 수거원으로 35년 동안 근무하다가 작년에 은퇴하였다. 모범 공무원이며 시간 날 때마다 혼자 사는 장모님을 도와드려 칭찬이 자자했다. 살해당한 아내 데브라는 시 교육위원에 네 번이나 당선된 인물이고 버겐필드 고등학교 교사로 교장과 학생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는 모범적인 선생님이었다.

데브라는 최근 모터사이클(오토바이)을 배워 주말이면 사이클 그룹에 참가했는데 4주 전 남편이 전기톱으로 부인의 오토바이를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죽일 만큼 화가 난 동기가 오토바이와 관계가 있었다는 것은 짐작이 가지만 본인이 입을 다물고 있으니 확실한 살해 동기를 알 수는 없다. 감정의 동물이라는 인간치고 화를 안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무조건 화를 안 내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옳지 않음을 보고 화를 내는 의분(義憤)이 있어야 개혁과 혁명이 가능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화는 단순히 감정의 격동이다.

링컨이 대통령으로 있을 때 군부 장성들 사이에 알력이 생겼다. 그 중에서도 가장 성미가 급한 스탠튼 장군은 링컨을 찾아와 화풀이를 했다. 링컨은 그에게 “말로 하지 말고 화나는 일들을 꼼꼼히 적어서 가져오시오.”라고 말했다. 스탠튼은 대통령이 자기편을 들어주는 줄 알고 종이 열 장에 장군 몇 사람에 대한 비난을 적어왔다. 링컨이 조용히 말했다. “스탠튼 장군, 내가 이것을 읽기를 원하오? 혹은 읽지 않고 휴지통에 넣는 것이 낫겠소?” 잠간 대통령의 얼굴을 쳐다보던 스탠튼은 싱긋이 웃으며 제 손으로 종이들을 구겨 휴지통에 넣었다고 한다.


이것은 요즘 임상심리학자들이 애용하는 방법인데 이미 120년 전에 링컨이 사용하였다. 화는 말로 표현할 때는 잘 해결되지 않아도 문자로 적어보면 싱거워진다. 문자화 하는 경우는 그만큼 마음의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철인 세네카는 “화에 대한 최선의 치유법은 속도 완화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화의 건설적인 승화를 위해서는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하나는 화를 표현하는 방법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일단 화를 표현한 후 뒤처리의 문제이다. 화가 폭발하려고 할 때 심호흡을 하며 천천히 열을 셀 수 있는 사람은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많이 예방할 수 있다. 화를 낸 뒤의 처리는 워싱턴에게 배우면 된다. 2분 이내에 차분히 사과할 수 있는 용기를 갖는다면 화의 후유증을 앓지 않아도 될 것이다. 워싱턴의 경우처럼 상관이 부하에게 사과하는 용기는 본받을 만하다. 화는 정의를 위하여 폭발시키면 사회개혁의 동력도 될 수 있으나 자기중심적인 감정의 폭발이라면 자신도 파괴하고 남도 파괴한다.

사업이 잘 될 때나 부부 사이가 원만할 때, 즉 인생의 오르막길에서 감정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감정 폭발이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대개 내리막길에서 생긴다. 운동경기를 보면 감정이 얼마나 승패에 직결되어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경기를 지고 있거나 조금 불리하다고 감정이 앞서는 선수는 그 결과가 뻔하다. 우수한 선수는 질 때도 침착하며 이길 때도 들뜨지 않는다.

화날 때 이런 방법을 써 보라. 우선 지연의 방법이 있다. 화가 나는 그 순간을 넘기면 반드시 보다 나은 결과가 온다. 둘째, 후퇴의 방법이 있다. 미운 사람이 앞에 있을 때 일단 그 자리를 피하면 훨씬 나은 결과가 온다. 셋째 재고의 방법이 있다. 다시 한 번 생각하면 화를 안 낼 수도 있다.

<최효섭 (아동문학가/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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