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위기는 기회다

2016-02-20 (토) 김재열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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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어느날 갑자기 무보수로 일하던 교회에서 잘렸다. 앞이 캄캄했다. 무시당한 기분에 몹시 화가 났다. 이제 어떡하나? 그래도 크게 마음먹고 심호흡을 하니 조금 편안해졌다. 여기에도 뜻이 있겠지? 신학교 졸업반이라 미리 잘랐나? 독립하라고?

당시 살던 곳은 강남구 청담동이라 주변에 유명 교회들이 많았다. 평소 가보고 싶었던 교회들을 탐방했다. 새벽부터 밤까지 한 주일에 여섯 교회를 갔었다. 압구정동 상가 건물의 소망교회. 배 밭에 건축한 광림교회. 역삼동 높은 언덕 충현교회. 논현동 빨간 벽돌집 영동교회. 도곡동 할렐루야교회. 신반포 남서울교회. 대치동 은마 아파트 곁 지하실의 믿음의 집 등을 섭렵했다.

모두가 새로웠다. 교회마다 냄새가 달랐다. 은혜도 분위기도 다양했다. 유명 인사들이 많은 교회. 거룩한 예전에 치중하는 교회. 찬양대가 돋보이는 교회. 아멘 소리가 한마디도 없는 교회. 뜨겁게 할렐루야를 외치는 교회. 신비를 추구하는 교회. 얼음처럼 차가운 교회. 가지각색을 맛보았다. 비전도 은사도 다양했다. 설교자들마다 특성도 다 달랐다.
하나도 안 놓치고 메모하고 녹음 했다. 그야말로 실천 목회 현장 수업이었다. 일 년 동안 보낸 옹골찬 훈련이었다. 잘렸기에 찾아온 기회였다. 그때가 오늘의 나를 빚었다. 목회관, 교회관, 설교관, 리더십과 비전, 목회의 전부를 확립했다.


누구나 한 두 번은 직장에서 잘리고. 친구들에게서도 잘린다. 심지어 반려자로부터도 잘린다. 이것이 세상이다. 왜 나만 잘렸나? 낙심하거나 주저앉지 말라.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로 바꾸라. 그동안 못해본 일을 시작하라. 해보고 싶은 일에 날개를 달라. 그리고 힘차게 날개 짓을 하라. 높이 오르라. 높이 나는 새가 먹이를 찾는다. 잘림의 축복을 만들라.

롤링은 남편에게 잘리고. 학교에서도 잘렸다. 롤링은 잘린 시간에 해리포터를 만들었다. 그래서 지금은 세계적인 갑부가 되었다. 40년 전에 나를 잘라주셨던 은사님께 감사한다.

<김재열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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