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 대원법원 판사 임명 논란

2016-02-19 (금) 권태진(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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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법원 보수파 대법관의 상징으로 꼽히는 앤토닌 스캘리아(Antonin Scalia) 대법관이 13일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스캘리아 대법관의 사망을 주류언론과 방송이 연일 일제히 대서특필하고 있고 후임결정이 대통령 선거의 빅 이슈로 등장했다. 후임 임명을 놓고 백악관과 민주당 대 공화당 간에 첨예한 대결이 예상되고 있다.

이번 대법원 판사 임명은 대통령 선출보다 미국에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왜냐하면 대통령의 임기는 4년에서 8년이지만 연방판사의 임명은 종신직이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사 한사람을 임명 때문에 첨예한 대결이 예상되는 그 이유는 단순하다. 오바마 대통령이 자유주의자를 임명함으로써 지금까지 보수가 다소 우세했던 대법원이 자유의 우세로 오랫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후임을 놓고 대통령과 민주당은 지명을 서두르고 있는 반면, 공화당은 지명을 대선 후로 미루자고 주장하고 있다. 상원의 인준을 받아야하는 대법원판사의 임명은 다수당인 공화당의 반대에 부딪쳐 상당한 기간 격론이 벌어질 수 있으며 이번 대통령선거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이 이루어질 경우 대법원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불법 이민자 추방유예 행정명령, 오바마 케어, 낙태 문제 등이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판결이 날 것으로 쉽게 기대할 수 있다. 미국 헌법은 견제와 균형에 기초한 정부체제로 의회는 법을 제정하고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장으로서 법을 집행하며 사법부는 법을 해석하는 역할을 하도록 재정되었다.

대법원은 역사적으로 행정부의 수뇌인 대통령과 의회간의 분쟁, 연방 정부와 지방 정부 간의 분쟁에 대한 여러 중요한 판결을 내렸다. 또 대법원은 인종차별, 인권문제, 종교문제, 사회전반에 대한 중대한 사건에 대한 판결을 내려왔다, 대법원의 결정은 때로는 미국사회의 당대 시대상을 반영하기도 했다.

현 대법원장 존 로버트는 보수이지만 때때로 중도로 움직였으며 자유주의 성향인 케네디 대법관은 자유와 보수가 대결 시 중요한 결정적 역할을 행사하여 첨예한 판결이 현격히 줄어들었다. 그러나 특정한 경우 5대4의 대결이 유지되고 있다.

금년 79세인 천주교 신자인 스캘리아 판사는 9명의 자녀와 36명의 손자 손녀들이 있다. 그와 부인은 많은 아이들을 가질 계획이 없었지만 ‘바티칸 룰렛(Vatican roulette)’에 따라 5명의 아들과 4명의 딸을 두게 되었다고 말했다. 인공유산을 금지하는 천주교 교리에 따라 임신한 모든 아이를 낳았다는 것을 러시안 룰렛에 비유하여 바티칸 룰렛이라 칭한 것이다.

(보수의 반대는 자유이며 진보가 아니다. 미국의 공화당은 보수주의 정당이며 민주당은 자유주의 정당으로 진보주의 당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자유와 진보를 혼동하고 있는 것 같다. 영어의 liberalism은 자유주의이며 진보주의(progressivism)가 아니다. 자유주의에는 진보적인 사상이 강하다, 그러나 그 자체가 진보는 아니다.

<권태진(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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