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중국, 너무 하는가?

2016-02-19 (금) 민병임 논설위원
크게 작게
북한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인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의 한반도 배치와 관련, 중국은 사드 배치 계획의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왕이 외교부장은 최근 독일에서 열린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의 회담에서 사드 배치 반대 입장을 밝혔고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항장무검 의재패공(項莊舞劍 意在沛公)이란 말을 했다.

이는 ‘항우의 부하 항장이 칼춤을 춘 뜻은 패공(유방)에게 있다’는 뜻이다. 진시황 사후 기원전 208년 진나라 수도 함양(현재 시안)에 진군한 항우에게 책사 범증은 대규모 연회를 열고 유방을 초대해 살해할 것을 제안한다. 범증은 항우의 사촌인 항장을 불러 지시한다. 그러나 유방의 책사 장량에게 신세를 졌던 항우의 숙부 항백이 함께 무대에 올라 항장의 칼날을 막아낸다.

이에 항백은 유방이 천하를 통일하고 한나라를 세우자 제후가 되고 유씨 성을 하사받아 출세길을 달린다. 그러나 항장은 항우의 몰락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지금 이 고사를 예로 든 것은 미국(항우)의 꼭두각시가 된 항장(한국)의 운명을 들먹이면서 한국을 협박하는 것인가? 또 그는 ‘사마소지심 로인개지(司馬昭之心 路人皆知)라고 했다. 이는 ’사마소의 야심은 누구나 다 안다)‘란 성어로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숨은 의도를 비판한 것이다.


중국 삼국시대 위나라에 사마소라는 최고 실권자가 있었다. 조조의 아들 조비가 다스리는 위나라의 재상 사마의(사마소의 아버지)때부터 황제를 갖고 놀았다. 13세 황제 조모는 자신을 꼭두각시로 만든 사마소 제거 계획을 세우며 이 말을 했다. 발각되며 황제는 죽임을 당하고 사마소는 이후 서진(西晉)의 태조 문황제가 된다.

그동안 미국은 한국에 사드 배치 계획이 있다고도 하고 없다고도 하며 언제라도 동아시아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에 유리한 입장이라는 점에서 미국이 사마소의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사드 배치는 할 수도 있고 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한국과 미국이 사스 배치 논의를 시작했다고도 하고 아직 준비 중이라고도 하고, 대한민국 땅에서 일어나는 일을 남들이 이래라 저래라 한다. 중국은 사드 배치가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고 하고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을 겨냥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다들 자기 입장만 밝힌다.

중국과 한반도의 관계는 고대부터 입장을 달리했다. 중국이 분열되면 한반도의 국가들은 발전하였고, 중원을 통일하는 나라가 탄생하면 한반도는 침략을 당하거나 어려움에 봉착했다. 한나라의 쇠퇴기에 독자적인 정체성을 지닌 고구려가 일어났고 13세기말 중국 역사상 가장 광활한 영토를 지닌 원나라때는 장차 고려국 왕이 될 태자가 원나라 공주와 결혼하여 몽고복장에 변발을 했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새임금 즉위나 세자 책봉은 명나라의 승인을 받아야 했고 1년에 세번 사절단을 파견, 온갖 진귀한 조공품을 바쳤다. 청나라가 일어서면서 중국과 조선은 조공무역의 틀을 유지하던 관계가 군신관계가 된다.

‘대국 사신’을 영접하는 모화관에서 조정대신들이 머리를 조아리는 사극 드라마를 보면 가끔 화가 치민다. 이번에 2개의 고사까지, 그래도 한국이 IT강국이고 선진국 뒤까지 따라왔다고 자부해 왔는데 중국은 아직도 한국이 일개 제후국으로 보이는 지, 너무 한다.

1992년 한중수교 이후 세계최대 시장을 지닌 중국의 중요성은 새삼 말할 것도 없다.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을 위해 중국과의 협력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기분상해 하지 말고, 무시당하지도 않으면서 중국을 대북 제재에 동참시킬 수는 없을까. 한반도 주변 4대 강국-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을 동시에 끌어안는 묘안은 없을까.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한민족이 다같이 고민해야 한다.

<민병임 논설위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