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면초가에 놓인 김정은

2016-02-17 (수)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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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김정은은 툭하면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으름장을 놓아왔다. 그가 이제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고 불바다가 아닌 핵바다로 만들겠다고 큰소리를 치고 있다. 김정은은 북한이 어디라도 자칫 도발을 감행할 경우 미국의 폭격기 B52 다섯 대면 순식간에 불바다가 된다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언제까지 그가 핵과 미사일로 남한과 미국은 물론, 세계평화를 위협하고 있을 것인가.

이번에 한국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광명성4호 발사에 대한 조치로 개성공단 가동을 즉각 중단시켰다. 이로 인한 북한의 경제적 손실은 자그마치 연간 1억 달러 이상이다. 그동안 개성공단에서 일한 북한의 근로자수는 5만4,000명, 이들의 수입으로 먹고 산 가족까지 합하면 20여 만명에 이른다. 하지만 개성공단으로 벌어들인 수입중 1억 달러는 고스란히 김정은에게 들어갔고 노동한 근로자는 겨우 입에 풀칠만 했다고 한다.

개성공단 중단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이처럼 엄청난데 세계 각국이 다각도로 경제적 조치까지 가한다면 김정은이 얼마나 심한 타격을 받을 것인가. 개성공단 수입중 70%가 핵개발, 김정은의 사치생활 비용으로 들어갔다면 개성공단 가동중단은 응당한 조치로 여겨진다.


특히 개성공단 가동 중단은 북한의 핵 도발에 계속 침묵해온 중국과 러시아에 확실한 답변이 될 수 있다. 그동안 중국과 러시아는 “왜 북한을 도와주느냐”는 한국의 추궁에 “너희도 개성공단으로 북한을 도와주지 않느냐?”고 강변해 왔기 때문이다. 이번 개성공단 중단조치는 이제 중국과 러시아에 북한에 더 이상 침묵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신호탄이나 마찬가지다. 이제 두 나라도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내고 있는 대 북한 제재조치에 동참해야 옳을 일이다.

북한을 탈출한 한 고위층은 김정은은 지금 2인자, 3인자를 계속 처형해와 지금은 더 죽일 사람도 없을 정도이고 이제는 본인이 누군가에 의해 죽임을 당할 차례가 되었다고 증언한다. 다시 말해 서로 죽고 죽여야 할 입장에 놓여 있는 것이 현 북한정권의 실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고위소식통이 그동안 밝힌 바에 따르면 어느 날 김정은의 갑작스런 죽음에 의해 북한이 붕괴될 경우 두려운 것은 잘못하면 큰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후 남한의 개성공단 즉각적인 철수와 함께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 초강경 경제적 압박을 가할 경우 자칫 사면초가에 빠진 김정은이 막다른 골목에서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는 상황이다.

한국은 지금 6.25동란이후 최고의 위기로 당과 모든 국민이 하나가 되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할 때이다. 800년 영화를 누리던 로마제국은 야만인 고트족에 의해 멸망했다. 로마의 위기때 고트족 3만명이 귀의하자 로마는 이를 감당 못해 일부는 로마의 군대로 받아주어 제국을 유지했다. 그러나 이들에게 모든 식량을 대지 못해 애들은 노예로 팔아넘기고 그 돈으로 수용하지 못한 인원의 식량을 개고기를 사서 충당했다. 이에 불만을 품은 고트족이 비참한 현실에 분노해 집단으로 약탈, 반란 등을 일으켜 로마를 붕괴시켰다.

마찬가지로 김정은 정권이 무너진다 해도 한국에 대책이 없으면 이것은 엄청난 재난이다. 한국은 이제 북한의 핵개발에 맞선 강경조치도 중요하지만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준비도 지금부터 확실히 해야 훗날 로마와 같은 불행한 사태를 겪지 않을 것이다.
juyoung@koreatimes.com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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