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더취 트리트 (Dutch treat)

2016-02-13 (토) 조성내 (컬럼비아 의대 임상조교수)
크게 작게
언젠가 한국일보 오피니언에서 읽은 글이다. 백악관에서 30분 거리에 햄버거 식당에 어느 날 오바마 대통령과 바이든 부통령이 같이 들어갔다. 그리고 줄을 서니 주위 사람들이 깜짝 놀라 자기들이 식비를 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은 사양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햄버거에 커피 값, 7달러, 바이든도 자기 음식 값 7달러를 자기 돈으로 지불했다. 그리고 남들처럼 식탁에 앉아 오순도순 이야기 하면서 햄버거를 먹고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나왔다. 미국 대통령, 부통령이 햄버거 식당에서 각자 자기 돈으로 음식을 사먹고 나온다니! 마치 동화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빌 클린턴도 대통령 당시, 햄버거가 맛있는 음식이라면서 맥도널드에서 햄버거를 먹는 장면을 텔레비전에서 본 적이 있다. 놀란 것은, 한국의 대통령이나 장관들 혹은 국회의원들이, 식당에 들어가 줄을 서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점이었다. 주위에 있는 시민들이 음식 값을 대신 지불해주겠다고 했을 때 과연 한국정치인들은 어떻게 할까. 그냥 응할까? 아니면 자기 돈으로 값을 직접 지불하고, 남들처럼 식탁에 앉아 햄버거를 먹을까? 우리가 한국의 고관들에게 햄버거를 대접한다 하면 과연 그들은 맛있다고 하면서 즐겁게 먹어나줄까.


오바마 대통령이 부통령 바이든에게 먼저 햄버거 생각이 있느냐며 식당에 가자고 했으니까, 우리 식으로 한다면 오바마가 바이든의 햄버거 값을 지불해주어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오바마는 자기 음식 값만 지불했다. 바이든은 오바마가 자기 상관이자 대통령이니까, 바이든이 오바마의 음식값을 대신 지불해야 하지 않겠는가. 헌데 그는 자기 음식 값만 지불했다. 이것이 바로 미국식이다.
몇 년 전이다. 한국에서 어느 국회의원이 왔다. 나는 그 의원을 개인적으로 알지 못한다. 친구가 나한테 국회의원과 함께 저녁을 대접해달라고 했다. 친구체면을 보고 식당에서 저녁을 대접해주었다. 다음날 국회의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차편이 없어서 그러는데 시간을 내달라고 했다. 그렇게 해주겠다고 했더니 백화점에 데려다 달랬다. 백화점에서 국회의원은 이것저것 많은 상품들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계산대에 와서는 내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다. 할 수 없이, 내가 바보처럼 그 값을 대신 지불해주었다. 그 후부터 한국에서 고위층이 왔다고 하면 그냥 피해버린다.

한국에 있는 친구가 말하는데, 한국에서는, 전화 걸어 만나자고 하는 사람이 저녁이나 술값을 지불해야 한다고 한다. 물론 친구에게 한두 번 저녁이며 술을 살 수는 있겠지만, 매번 술값을 댈 수는 없으니까, 친구들한테 전화로 나오라고 말을 하지 않는다. 서로 전화를 않게 되니 자연 집안에 들어앉아 있게 되고 그래서 외롭게 지낸다. 그래서 친구에게 너희도 미국식으로 각자 부담해서 술을 마시면 될 게 아니냐고 말해주었다. 그러나 아직 한국에서는 ‘더취 트리트(Dutch treat)'가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의 한인사회도 아직까지 미국식이 통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지금도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음식값을 지불해주고 있다. 그러니까 자주 만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 한인들도 미국식으로 자기 돈 내고 먹으면 오히려 떳떳하여 좋고, 그래서 더 자주 만날 수 있게 되어 좋지 않을까.

<조성내 (컬럼비아 의대 임상조교수)>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