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장학금 사냥꾼 2

2016-02-12 (금) 최희은 (경제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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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군은 2년전 한인 사회 연말 행사와 신년 행사 등을 돌며 장학금을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직능 단체, 금융 서비스 업체, 한인사회 복지 재단 등 지금까지 약 10군데다.

당시 불과 수개월만에 5~6군데를 돌며 수천달러를 받더니 대학에 진학한 후에도 한인 단체 장학생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여름 A군은 한 장학재단으로부터 3,000달러를 타갔다. 2015년 연말 행사에서는 A군의 동생이 바톤을 이어받았다. 두 곳의 직능단체에서 장학금을 받아갔다.

장학 프로그램의 허점을 노려 장학금을 독식하는 학생들을 일명 ‘장학금 사냥꾼’이라 부른다. 받을만한 자격 요건을 갖추었다는 반론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장학 프로그램의 선정 요건에 '어려운 환경에서'라는 조건이 붙는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단체 내에서도 특정 학생의 중복 수령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다. 특히 부모가 한인사회의 생리와 정보를 잘 알아서 자녀가 장학금을 독식하도록 한다면 더욱 문제다.


중복 수령에 대해 뒤늦게 알게 된 관계자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한 단체장은 "실제로 어렵지 않은 환경이라도 학생 본인이나 보호자가 밝히지 않는다면 이를 검증할 방법은 여의치 않다"라며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혜택을 받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만일 그처럼 많은 중복 수령 경력이 있었다면 장학생 선발 과정에서 재고를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직능단체의 장학생 선발 위원장 역시 "분명 특정 학생이 싹쓸이 해 가는 것은 장학 프로그램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단체들 간 장학생 명단 교류를 통해 과도한 싹쓸이에 대해서는 대처 방안을 고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욕한인수산인협회는 매년 15명을 선정, 총 1만5000달러의 장학금을 수여하고 있다. 뉴욕한인청과협회와 뉴욕한인네일협회 등도 회원 자녀 중 고교생 및 대학생을 선발,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이 외에도 설창 앤드류박 장학재단, 한미장학재단 등도 매해 장학생을 선발하고 있다.

불경기 속에서도 회원들이 십시일반 모아 어려운 환경 속에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통해 격려하고 있다. 고마운 일이다. 이번 주 만난 한 단체장은 올 연말부터는 기준을 바꿀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가정에서 2명 이상이 받는 것을 제한하는 조항을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단체 내부에서 장학금 중복 수령에 대한 논란을 감안, 형평성을 잃지 않고 많은 학생들이 혜택을 받도록 하기 위해 짜낸 방법이라고 했다. 장학금 사냥꾼을 피해 단체들이 장학금을 절실해하는 학생들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최희은 (경제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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