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존경받는 미국 대통령

2016-02-12 (금)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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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9일 치러진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에서 민주당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가 압도적 승리를 했다. 수년간 민주당 대선후보 제1위로 군림하다가 지난 1일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근근한 승리를 거둔 힐러리 클린턴 전국무장관의 갈 길이 더욱 멀게 되었다.

한편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는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크루즈 의원에게 당했던 일격을 단번에 만회하면서 ‘위대한 미국을, 그 어느 때보다 위대한 미국을 만들자’고 외치고 있다. 또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무소속 후보로 미국 대선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블룸버그는 2002년~2013년 12년간 뉴욕시장을 세 번 지내며 뉴요커들에게 인기가 많다.

요즘 일어나는 이런 일들은 미국 유권자들이 얼마나 변화를 원하고 있는지, 그리고 선거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는 것을 보여준다.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 투표율이 역대최고였던 1992년의 투표율인 61%를 넘어섰다고 한다.누구나 현재가 힘들면 변화를 갈구하고, 세상이 뒤바뀌기를 바라게 마련이다.


41년생으로 74세인 샌더스는 첫 유대계 대선후보이자 70세에 대통령이 된 레이건보다 고령이다. 그는 민주적 사회주의자로 그동안 계급투쟁에 관심이 없던 미국인들의 표를 얼마나 받을 지 모르지만 요즘 추세로 보아 인기가 식을 것같지 않다. 월가와 거대자본을 개혁하고 99%를 위한 대변인으로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가 없고 학자금 상환에 쪼들리는 젊은이들의 응원을 받고 있다.
그동안 탄탄한 월가의 후원을 업고 히스패닉계와 흑인 이민자의 표심을 얻었던 힐러리 클린턴이 벵가지 사건, 클린턴 재단, 일급기밀 이메일 스캔들, 딸 첼시의 호화판 휴가 등등 많은 악재가 연이어 터지고 있다. 더욱이 “ 최초의 여성대통령도 좋지만 부부가 돌아가면서 대통령을 한다? 힐러리 역시 잘 나가는 1%이다”는 반감도 작용하고 있다.
이는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도 마찬가지다, “아버지, 아들, 또다른 아들도 대통령에, 오, 노우!” 하는 거부감이 작용해서인지, 그 자체 능력 부족인지 대선 후보 기대치에 못미치고 있다.

이번 프라이머리에는 기득권자에 의한 워싱턴 정치에 실망한 젊은이들의 입김이 세다. 그들은 사실 후보자들의 정책, 공약은 별 상관없다. 자세히 알고 싶지도 않다. 그저 주류를 속시원하게 꼬집고 돌직구를 날리는데 열광한다.

오는 15일은 대통령의 날( President Day)이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조지 워싱턴의 생일 2월 22일과 위대한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의 생일인 2월 12일을 함께 기념하며 통상 미국의 모든 대통령을 기리는 국경일이다.

백악관이 있는 워싱턴 DC와 그 인근에 가보라. 워싱턴 기념비, 링컨 기념관, 제퍼슨 기념관, 루즈벨트 기념공원, 케네디센터, 조지워싱턴 생가 등등 미국의 과거 대통령들이 얼마나 국민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지 실감할 것이다.

미연방헌법 제2조 1항의 “나는 미합중국 대통령의 직무를 성실하게 수행하고 최선을 다해 미합중국의 헌법을 보존하고 보호하며 지킬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며 오른손을 들고 왼손은 성경에 올려놓고 취임선서를 할 자는 누구일까. 분명한 것은 지난 대통령을 존경하는 미국은 이번에도 임기후 존경받을 대통령을 선출할 것이다.

이처럼 역사에 남을 대통령을 뽑는 미국 대선, 나날이 흥미진진해 지고 있다. 아직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누굴 찍을 것인지 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각 정당에서 후보를 결정하는 여름까지 어떤 변수가 일어날 지 모르지만 후보자들의 면면을 잘 살펴보고 마음의 결정을 해야 한다. 오는 11월 8일, 누가 선택될까, 자못 궁금하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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