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문화 이식 첫 걸음

2016-02-11 (목) 김은주(뉴욕시교육국 과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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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름다운 민족 전래의 명절, 금년 2016년 2월8일 설은 한민족의 전통과 문화를 미주에 이식하여 뉴욕 한인이민사에 큰 이정표(里程標)를 세운 기념비적 날이었다.

필자는 5년 전(2007-2011)까지 뉴욕한인교사회 회장으로 설이 마치 중국의 명절인 것처럼 ‘Chinese New Year’ 라고 표기되고 있는데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꾸는 캠페인을 시작, 그동안 짧지 않은 세월 초지일관 노력해 온 당사자로서 뉴욕시 교육구가 이 날을 공식적으로 ‘Lunar New Year’ 로 표기하고 휴교일로 제정해 준 데 대해 감사를 표한다.

나는 이민 2세로서 뉴욕에서 초등학교부터 학창 생활을 하면서 항상 교육일정(academic calendar 9월-6월)의 순환 사이클에 따라 살아왔다. 이 과정에서 9월이 되면 두 번 휴교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유대인의 명절이었다. 학생 시절엔 물론 휴교가 좋았지만 학부모님들은 휴교가 되면 불평이 많았다. 학생들을 맡길 데가 마땅치 않은 점도 있었고 유대인 명절에 휴교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뉴욕에서는 설을 ‘Chinese New Year’ 라고 불리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점심 때 중국인들의 문화에 접근한다는 의미에서 중국 음식이 나오기도 했다. 그리고 학교 교육청에서 나오는 포스터에는 “Happy Chinese New Year” 즉Gong Xi Fa Cai(Mandarin), Gong Hey Fat Choy(Cantonese) 중국어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고 써서 이 날을 홍보하기도 했다.

나는 우선 교사로서 잘못 표기된 ‘Chinese New Year’ 를 ‘Lunar New Year’ (설)로 고치는 캠페인을 제안했고, 또 우리의 설날도 유대인들처럼, 그리고 기독교의 크리스마스처럼 공식적으로 휴교하는 운동을 제의했다.

당시 많은 뉴욕한인교사회 회원들이 우리의 역량(力量)이 미약하다는 점을 들어 캠페인의 성공에 회의를 표시했으나, 필자는 설을 중국 설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바꾸는 일이 중요할 뿐 아니라, 유태인들의 설을 공휴일로 지정한 뉴욕 교육청 당국이 우리 한인들의 설날 공휴일 제정에 반대하는 것은 `부당함'을 인지하고, 뉴욕지구 교육일정에 맞서 ‘설날 등교 거부운동’을 시작, 지난 10개 성상을 이 캠페인에 진력(盡力)했다.

이 운동을 시작할 당시엔 모두 `계란으로 바위 깨기' 라고 회의했지만 결국 성공을 거두게 된 기적은 이 캠페인에 많은 사람들의 동참과 협력에서 나왔다. 나는 차제에 이 캠페인이 일석이조(一石二鳥)를 거두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첫 째는 설이 중국 명절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게 되었고, 다른 하나는 우리의 명절이 막강한 유대인의 명절과 기독교의 명절 제정과 형평성을 갖게 되었다는 점이다.

<김은주(뉴욕시교육국 과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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