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해는 넉넉하게 살고 싶다

2016-02-06 (토) 김상준(비영리단체 근무/팰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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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또 가는구나” 해마다 반복되는 이 말처럼 시간의 빨리 흐르는 것을 아쉬워하는 말이 없는 듯하다. 세월이 빨라서가 아니라 인생이 유한하여 이런 말을 하게 된다. 우리가 언제까지나 살 수 있다면 시간의 흐름은 그다지 애석하게 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에 세모의 정은 늙어가는 사람이 더 느끼게 된다. 남은 햇수가 적어질수록 1년은 더 빠른 것이다. 나는 또 한 해를 헛되이 보낸 것 같다. 그것도 호탕하게 지내지도 못하고, 사회를 위하여 보람 있는 일도 하지 못하고, 남을 위해 제대로 베풀지도, 봉사하지도 못하고 하는 흉내만 낸 것 같다.

하루하루, 일주일 일주일을 젖은 짚단을 태우듯 살아온 것 같다. 세월을 덧없이 보내는 것 같아 망연해 진다. 나는 노경이 인생의 정상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렇다고 사람이 늙으면 허수아비라고도 생각지 않는다.
젊어 열정에다 몸과 마음을 태우는 것과 같이 좋은 게 있으리요마는, 애욕, 번뇌, 실망에서 해탈되는 것도 적지 않은 축복이다. 기쁨과 슬픔을 많이 겪은 뒤에 맑고 침착한 눈으로 인생을 관조하는 것도 좋은 일일 것이다. 여기에 회상이니 추억이니 하는 것을 계산에 넣으면서 늙어가는 것도 괜찮다. 그리고 오래오래 살면서 매스컴을 통해 가지가지의 신기하고 해괴한 일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인생은 육십부터도 아니요, 육십까지도 아니라, 어느 나이고 다 살만 하다. 올해가 간다 하더라도 그다지 슬퍼할 것은 없다. 나의 주치의 말에 의하면 내 병은 친구들과 즐겁게 술 한 잔 마시면 금방 나을 것이라고 하니, 그들과 적조하게 지내지 않는 한 나는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

백발이 검은 머리만은 못하지만 오히려 온아한 데가 있어 좋다. 때로는 위풍과 품위가 있기까지도 하다. 젊게 보이려고 애쓸 필요까지는 없다.어느덧 연말이다. 아침 산책길에 새하얗게 뿜어나 오는 입김을 보며 나의 꿈은 무엇인가 다시금 생각해 본다. 어쩌면 단지 열심히 구르기만 했던 돌은 아닌지, 나이를 먹는 것은 괜찮은데 나이 값 못한다 소릴 들을 것은 아닌지 지난 일년을 되돌아본다.

새해에는 가장 소중한 시간이 지금이라 여기며 살고 싶다. 잠을 못 자더라도 커피를 마시고 파이프 담배를 피우고, 와인도 마시도록 노력하겠다. 눈 오는 날, 비 오는 날 돌아다니기 위하여 털신도 장화도 장만해 보겠다. 새해에는 마음을 좀 더 따스하고 너그럽게 가져야지하고 다짐해 본다.

<김상준(비영리단체 근무/팰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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