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카오스를 극복하는 길

2016-02-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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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상(전 언론인)

우리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늘 갈등을 겪는다. 예를 들면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이 버니 샌더스의 이상과 힐러리 클린턴경력의 대결이라고 표현했듯이, 민주당 유권자들은 샌더스의 ‘불평등이 사라지는 세상’에 열광하면서도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정치 환경에서 사실 버니의 꿈은 실현 가능성 제로라는 현실을 망각할 수 없다. 반면 힐러리의 실용성에 동의하면서도 열정과 비전 부재에 실망할 수밖에 없어 선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어느 시대 어떤 세상에 태어나는가는 자신의 선택이 아니었다 해도 일단 태어난 이후로는 이 세상을 떠나 저 세상으로 갈 때까지 거의 매사가 ‘선택 사항’이 아닌가. 설혹 메뉴에 ‘짬짜면’이 없다 하더라도 자신만의 짬짜면을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뭐를 하던 자신만의 재미와 흥을 내고, 그 의의를 찾아 그 보람을 느껴보자는 것이다. 무언가에 얼마나 집중하는가에 따라 그 결과는 하늘과 땅의 차이가 있다.


자신만을 위하는 돈과 명예, 권력에 미치는 사람은 스스로 추해지고 파멸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다른 수많은 사람들에게 말할 수 없는 해악을 끼치게 된다.반대로 비록 미치도록 좋아하고 사랑하며 위하는 연인이나 자식, 손주들이 아니고, 전혀 모르는 생면부지의 이웃이라도 내가 도울 수 있는 만큼만이라도 도울 때 우선 나 자신부터 행복하며 상대방은 물론 그 주위 사람들도 이롭게 하고, 카오스 같던 세상을 더할 수 없이 아름다운 코스모스로 변화시킨다.

그 비근한 예로 최근 한국과 뉴욕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한파와 폭설 비상사태 때 친구로부터 전달받은 ‘따뜻한 하루’가 소개한 메일 ‘사랑의 민박’이 있다.
며칠 동안 한반도는 기록적인 한파와 폭설로 비행기 결항이 이어졌었습니다. 특히 제주공항은 육지와의 고립으로 난민촌을 방불케 했습니다. 제주시 거의 전 지역의 숙소가 만실이어서 수만 명의 여행객이 속수무책 상황에 직면해 있었습니다.

그때, 삼다도를 사다도(일명 사랑이 넘치는 섬)로 바꾼 분이 계셨습니다. 바로 제주도민 윤형준 씨인데요. 공항에서의 노숙이 힘든 노인분들과 아이들을 우선으로 자신의 집을 무료 민박으로 제공하겠다는 글을 SNS에 올린 것입니다.

“혹시나 해서 전화를 한 많은 여행객이 윤형준 씨의 제안으로 혹한의 추위를 피할 수 있었고, 자신의 집뿐만 아니라 동생의 집까지 제공하였습니다. 이때부터 놀라운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소식을 접한 많은 제주도민이 윤형준 씨의 제안에 힘을 보탠 것입니다. 무료 숙박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호텔까지 등장했고, 어떤 도민은 음료나 음식을 들고 공항을 찾기도 했습니다. 한 분의 조건 없는 용기가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 것입니다. 추운 겨울 따뜻함을 나누는 분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모 일간스포츠지에 ‘취중토크’의 주인공으로 인기 연예인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술에 취하는 대신 삶 그 자체에 몰입해 가슴 저리도록 아프게 절절한 사랑에 취해 사는 사람들의 실화들이 소개되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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