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3S와 50회 수퍼보울

2016-02-06 (토)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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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선 3S가 사람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3S란 스포츠(Sports), 스크린(Screen), 섹스(Sex)다. 이 세 가지는 미국인만이 아닌 인간의 삶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일상이 되어 있기도 하다. 특히 미국에선 일요일, 교회를 가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고 스포츠 관람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현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연중 이어지는 스포츠는 야구, 농구, 골프, 아이스하키, 미식축구 등 다양하다. 또 영화도 마찬가지. 이들은 1년 내내 끊이질 않고 사람들에게 볼거리와 대리만족을 제공한다. 스포츠관련 케이블채널이 비싼 요금임에도 시청되고 있음은 미국인들의 스포츠 사랑을 반영한다. 이 중에서도 미식프로축구 관람은 과히 광적이랄 수 있다.

2007-2008년 시즌에 뉴욕자이언츠 미식축구팀은 16전 16승으로 수퍼보울에 진출한 뉴잉글랜드의 패트리오츠를 꺾고 수퍼보울을 거머쥐었다. 이것도 경기 1분전에 역전승을 거둠으로 이날 뉴욕의 수퍼보울 팬들을 열광 속으로 몰아넣었다. 이 때 한 지인이 경기를 보며 너무 흥분하여 뛰어 오르는 바람에 발목을 부딪쳐 크게 다쳤다.


얼마나 흥분했으면 그랬을까. 그는 그 날 이후 수개월 동안 끊어진 발목의 인대를 접합하려 큰 고생을 했다. 그러면서도 그날의 흥분과 감격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2015-2016 수퍼보울 대회가 내일 열린다. 50번째의 이번 수퍼보울은 공격에 능한 캐롤라이나 팬서스와 방어에 능한 덴버 브롱코스가 붙어 창과 방패의 승부라 불린다.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 리바이스 스태디움에서 열리는 이번 수퍼보울은 표 한 장의 평균 가격이 6,000달러다. 그래도 그 표를 구하지 못해 안달인 사람들이 몇 배의 가격을 주고라도 암표를 사려 한다. 수퍼보울 게임 중 나가는 광고료는 30초당 5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60억 원에 해당된다. 1초당 2억 원의 돈이 공중에서 사라진다.

이렇게 공중에 뿌려지는 수백, 수천억의 돈들을 계산해 보고, 지금 이 순간에도 굶주려 죽어가는 세계의 빈민들에게 그 돈이 주어진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올려지니 모순이랄까. 유엔 유니세프에 의하면 5초에 한 명의 어린이가 굶어 죽어간다고 한다. 세상의 모양이 이처럼 판이하게 돌아가는 게 지구촌 모습이다.

세계의 한 쪽에선 돈으로 발라진 수퍼보울의 광란이 벌어지고 있나하면 세계의 또 한쪽에선 굶어 죽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이게 세상이니 어쩔 수 없는 건가. 어쨌든, 빈곤의 문제는 그 문제고, 수퍼보울에서 빼어 놓을 수 없는 건 메인 경기지만 그에 못지않게 사람들을 열광시키는 게 하프타임 공연이다.

1993년 마이클 잭슨의 하프타임 공연은 10만 명의 관중을 열광시켰다. 역대 하프타임 공연 중 가장 이벤트로 꼽힌 건 2004년 마이클 잭슨의 동생 재닛 잭슨이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함께 공연하던 중 발생한 가슴 노출 사고다. 동영상에 찍힌 이 노출 사고는 전 세계의 남성 팬들에게 준 가장 큰 보너스가 아닐 수 없었다고들 한다.

재미있는 소식 하나. 미 닭고기협회(NCC)는 이번 수퍼보울에서의 진정한 승자는 브롱코스도 팬서스도 아닌 닭 날개가 되리란 전망을 내놓았다. 협회는 수퍼보울 당일에만 버펄로 윙이라 불리는 닭 날개 조각 13억 개가 팔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TV에서의 수퍼보울 관람은 맥주와 안주가 함께해 즐기는 단체관람이 주이기 때문이다.

섹스와 스포츠와 스크린. 섹스는 본능의 하나다. 미국의 섹스산업은 무서울 정도로 무엇보다 앞서가고 있다. 스포츠. 경기로 벌어지는 싸움판에, 보는 사람은 열광한다. 스크린. 영화와 TV드라마 등이다. 시나리오에 관객은 대리만족을 느낀다. 내일의 수퍼보울 승자, 창인 팬서스가 브롱코스의 방패를 뚫을 수 있을까. 기대해 볼만 하다.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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