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안갯속 미국대선

2016-02-03 (수)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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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초강대국인 미국은 지금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 2007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에 이어 이라크 전쟁에 군비를 물 쓰듯 하면서 불황을 모르던 미국경제는 10여년 이상 초토화되다시피 했다. 이로 인해 몇 차례나 도산위기에 있던 미국경제를 연방정부가 긴급자금을 방출, 이제야 겨우 숨통이 터지게 되었다.

그러나 세계평화와 안정에 기수가 돼야 하는 미국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테러집단의 공격에다, 전쟁과 분쟁, 가난으로 인해 발생하는 수많은 난민, 북한의 핵문제 외에 경제강국 중국의 추격에도 대처해야 하는 등 문제가 산적해 있다. 이를 헤쳐 나가려면 무엇보다 단합된 국민의 결속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미국은 지금 심각하게 분열돼 있다. 부자증세, 이민개혁, 동성애 허용, 총기규제 등, 국가에 중요한 아젠다가 나올 때 마다 당은 당대로, 국민은 국민대로 의견이 첨예하게 갈라진다.

오는 11월8일 실시될 미국의 제45대 대통령 선거에 특별히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이런 현실에 대한 위기감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대선 풍향계라 불리는 1일의 당원대회 아이오아 코커스와 9일의 뉴햄프셔 첫 프라이머리에서 후보들이 치열한 접전을 벌이면서 대선의 본격적인 막이 오르면서 시작된다.


아이오아 코커스가 성 고지의 정문이라면 뉴햄프셔는 뒷문, 비록 전 미국유권자의 1%밖에 안 되는 이 두 지역 경선에 온 세계가 주목을 하는 이유는 네바다와 사우스 캐롤라이나를 비롯해 13개주들이 오는 3월1일, 일명 ‘수퍼 화요일’ 승리의 주요한 교두보를 확보하는 길목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관망하던 언론과 유권자들이 이때 지지 후보를 결정하고 그 후보에게 후원금을 몰아주기 시작하면서 대선의 판세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엊그제 치러진 아이오아 코커스 후보경선에서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를 뒤엎고 이변이 일어났다. 노인지지를 업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젊은 층을 업고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버니 샌더스 버몬트주 연방상원의원의 경선 결과 힐러리가 이겼다. 하지만 차이는 마지막 여론 조사 때보다 훨씬 더 박빙인 0.4% 간격으로 좁혀졌다.

소수계와 여성, 동성애에 대한 막말로 백인 보수층의 지지를 얻어 돌풍을 일으키던 공화당의 부동산 재벌 도날드 트럼프의 경우 예상과 달리 강경 보수 티파티와 기독교인들을 등에 업고 젊은층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는 텍사스 주 연방상원의원 테드 크루즈가 오히려 승리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벌써부터 안갯속의 판세가 예상되는 선거전이다. 과연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까? 이민자 및 소수계를 보호하고 부의 70%이상을 가진 1%가 아닌 99%를 위한 정책을 세우고 실천하는 후보, 심각하게 분열된 미국의 정치와 유권자를 단결시키는 능력 있는 지도자가 새로운 대통령이 되기를 기대한다.

1948년 이스라엘 독립 때 초대대통령으로 추대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이 제안을 거절하면서 남긴 말이다. “이스라엘은 지금 신생국가인 만큼 이런 시기에는 나보다 더 젊고 유능한 지도자가 대통령이 돼야 된다.”

치열하게 접전을 벌이는 이번 선거전의 후보들도 한번쯤 미국의 발전을 위해 곱씹어 볼 말이 아닐까. 우리도 눈을 크게 뜨고 이번 선거전에 관심을 갖고 적극 뛰어들어야 하겠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미국의 장래가 걸려 있다.
juyoung@koreatimes.com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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