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무시선 무처선(無時禪 無處禪)

2016-01-30 (토) 이우황 (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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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신문이나 TV를 통해 세상의 뉴스를 보고 들으면 좋은 소식보다 나쁜 소식이 더 많아 안타깝다.며칠 전 서울대생이 자살을 했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나는 너무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또 그날 TV를 켰더니 어떤 아내가 내연남을 시켜 자기 남편을 죽였다는 끔직한 사건이 보도되는 것을 보고 말았다. 왜 이런 일들이 발생하는 걸까? 이것이 단순히 남의 일일까? 아니면 우리 모두의 일일까? 그것도 아니면 나의 일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인생을 주의하며 살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것은 정말 누구의 문제일까? 나의 문제일까? 남의 문제일까? 자살을 선택한 서울대 학생이 죽으며 사회를 탓했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자신의 문제다. 어떤 아내가 내연남을 시켜 남편을 죽인 것도 남편을 탓하지만 결국 자신의 문제요 곧 나의 문제다.

어느 해에 나의 아버지께서는 배추농사를 열심히 노력하여 지은 결과 풍작을 이루었고 배추 포기 포기는 그 생김이 정말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그해 다른 농부들도 무보다는 배추가 수익이 좋다면서 배추를 많이 심었고 날씨가 너무 좋아 너나 할 것 없이 배추농사가 풍년이 들었다. 당연히 그해 가을에는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폭락하여 배추를 시장에 내다팔지 못하게 되었다. 자 그럼 이것은 정부의 책임일까? 아니면 농부 자신의 책임일까? 이것은 정부가 아닌 농부자신 즉 나의 책임이다.


이상 세 가지의 경우는 사실은 문제가 하나도 없어야 되는데도 죽음 혹은 가격폭락이라는 큰 문제가 생겼으니 어떻게 해야 할까? 이렇듯 우리는 우리 앞에 놓인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러자니 힘들 때가 어찌 없겠는가? 그래도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우리를 바른 길로 안내하는 수많은 성자들의 말씀들이 있고, 수많은 스승들이 계시고, 함께 가는 수많은 동지들이 있으며, 천지 만물들이 나와함께 살아가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그런데 우리들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그랬을까?

일련의 사건들을 보며 나는 생각한다. 서울대생이 사회를 비판하며 자살한 것은 무시선 무처선 공부를 했다면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어떤 아내가 무시선무처선 공부를 했다면 내연남을 시켜 남편을 죽이지 않았을 것이다. 나의 아버지께서는 반년농사가 수입이 하나도 없다면 8남매를 둔 가장으로서 어깨가 무척 무거웠겠지만 곰곰이 생각하신 후 가족들과 친척들과 동네사람들에게 인심을 쓰셨다.

객지에 계신 고모님들에게 한 차식 실어다주고 실비를 받았으며, 왕고모님에게는 공짜로 실어다 주셨다. 그리고 우리 가족들과 우리 집 소들도 좋은 배추를 실컷 먹었다. 아버지께서는 매사를 곰곰이 생각하신 후 처리하신 결과 아버지 한평생이 그리 나쁘지 않으셨다.

인생을 길에 많이 비유한다. 길은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 오르막을 오를 때 내리막을 생각하면 한결 오르기가 쉽다. 거미줄같이 얽힌 길이지만 내가 가고자 한다면 목적지까지 잘 갈 수 있다. 만약 ‘DO NOT ENTER’ 싸인 뒤편에 목적지가 있다면 둘러서 가면 된다. 내 앞에 ‘STOP’ 싸인이 있을 경우에는 잠시 완전히 멈춘 후 주위를 둘러보고 이상이 없을 때 가야 한다. 살면서 STOP 싸인만 잘 지키면 큰 사고는 나지 않는다.

원불교 표어 무시선 무처선은 시간과 장소를 구분하지 않고 일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몸과 마음을 챙기는 공부다. 이는 상시응용주의사항 1조와도 통하는데 ‘응용하는데 온전한 생각으로 취사하기를 주의할 것이요’이다. 이 법문들은 일을 당하여 혹은 당하기 전에 잠시 멈추어 숨을 깊이 들이쉬고 내쉬며 몸과 마음을 안정시킨 후, 바른 생각을 내어, 정의거든 취하고 불의거든 버리며 인생을 잘 살아가도록 하신 것이니 요즘 같은 세상에 우리가 실행해야 할 소중한 법문임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이우황 (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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