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샌더스 돌풍 대단하다

2016-01-30 (토)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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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란 참 묘하다. 치리를 바로 한다는 게 정치인데, 그 치리가 백성을 위할 때는 올바른 정치가 되지만 그렇지 못할 때엔 자기 자신의 배만 불리는 불량배보다 더 못한 치리를 할 수 있기에 그렇다. 정치에 목을 건 사람들이 한국에선 총선을 앞두고 미국에선 대선을 앞두고 다투어 열들을 올리고 있는 게 현 실태이다.

한국은 오는 4월에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내년 12월엔 제19대 대통령선거가 있다. 미국에선 오는 11월8일 화요일에 제45대 대통령선거가 있다. 미국은 가장 큰 정당인 공화당과 민주당이 예비 경선을 통해 각각 대통령후보를 내면 본 선거에서 두 후보가 경선을 통해 선거인단을 가장 많이 확보한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

이렇듯 미국 대통령선거는 직접선거가 아닌 간접선거이다. 8년 전 힐러리 클린턴은 돌풍처럼 나타난 젊은 친구이자 인권변호사였던 버락 오바마에게 예비경선에서 패배를 당했다. 오바마는 그 세를 힘입어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고 재임까지 8년간의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다. 힐러리. 이번에는 기필코 대통령이 되려한다.


그런데 문제가 생기고 있다. 오바마 정권에서 국무장관까지 지내며 갈고 닦은 세력으로 무난히 민주당예비경선에서 대통령후보가 되리라 철석처럼 믿고 있던 그녀의 선거캠프에 빨간 등이 켜진 거다. 빨간 등의 주인공은 74세의 버니 샌더스 버몬트 무소속 상원의원이다. 그가 민주당대통령 후보로 나서서 힐러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백발의 샌더스. 민주적 사회주의자로 불리는 그는 처음엔 별 관심을 끌지 못했다. 젊은이들과 소외계층, 특히 가지지 못한 자들의 대변자 역할자로 불리는 그가 관심을 끈 건 요 근래였다. 미국의 상위 1%의 권력을 빼앗아 나머지 99%의 국민들에게 돌려주겠다고 외치는 샌더스를 향해 젊은이들과 소외계층이 열광을 하고 있는 거다.

부자이미지와 이메일 스캔들, 그리고 비싼 강연료로 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힐러리. 그녀가 믿었던 흑인들 지지율 표마저 84%에서 67%로 추락하고 있는 상태다. 오는 2월1일 예비경선이 시작되는 아이오와주 선거와 이어 2월9일의 뉴햄프셔, 23일 네바다 주의 예비경선은 대선으로 가는 아주 중요한 고비의 선거이다.

최근 CNN조사에서 힐러리는 아이오와주 지지도에서 샌더스에게 8%를 뒤지고 있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어 힐러리는 여간 신경을 쓰고 있는 게 아니다. 왜냐하면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주의 선거가 대선의 향방을 가르는 풍량계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8년 전 아무도 몰랐던 오바마가 아이오와에서 힐러리를 꺾고 선거에 이겼었다.

미국의 서민들이 샌더스를 지지하는 이유들 중에는 수없이 낙마를 하고도 다시 일어나는 그의 오뚜기정신과 정치인으로서의 진정성 등에 있다. 또 부자들이 합당한 세금을 내도록 미국의 상위 1%의 세율을 높이고 최저임금을 15달러로 하는 등 모두가 불평등하지 않게 더불어 살아가도록 하겠다는 그의 신념에 있기도 하다.

과연 샌더스가 힐러리를 이길 수 있을까. 사람들은 2008년 오바마의 재림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내 놓는다. 문제는 당시 오바마에게 80%의 지지율을 보였던 흑인지지율이 샌더스에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샌더스가 힐러리를 이기고 민주당주자가 되었을 때 천정부지 떠오르는 공화당 후보 트럼프를 또 이길 수 있을까.

대통령은 하늘이 낸다고 한다. 미국의 대통령은 더 그렇다. 미국은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최강의 나라로 세계의 대통령이라고도 부를 수 있기에 그렇다. 8년 전부터 착실히 대통령수업을 해왔던 힐러리를 제치고 샌더스가 대통령후보가 되고, 나아가 대통령까지 된다면 미국의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 궁금해진다. 샌더스 돌풍 대단하다.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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