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과학의 발전과 인간의 한계

2016-01-27 (수)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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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늘날 현대 과학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듣는다. 그렇다면 과학의 업적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된 것은 언제였을까. 과학에 대한 최초의 이야기, 즉 과학 서적이 처음으로 세상에 나온 것은 기원전 547년이며 장소는 그리스의 밀레투수이다. 그것은 그리스의 학자 아낙시만드로스의 ‘자연에 대하여’ 라는 저서이다.

그의 스승은 일식을 예언한 밀레투스 최초의 과학자 탈레스. 그는 고대 7현(賢)중 한 사람으로 언제나 하늘을 우러러 별을 관찰했다. 그 결과 하늘과 땅을 신들의 모습으로 나타낸 이집트인으로부터 배운 모든 것을 새로 해석, 태양이나 달은 지구와 마찬가지로 흙으로 된, 파도위에 표류하는 뗏목과 비슷한 것이라고 이론을 정립했다.

탈레스는 말했다. “만물은 물에서 생겨나고 물로 돌아간다.” 그의 제자 아낙시만드로스는 “지구는 무한한 공간에 떠있다.”고 했으며 아낙시만드로스의 제자 아낙시메네스는 탈레스와 아낙시만드로스의 학설을 같이 모아 “우주는 물과 공기, 불과 땅으로 형성돼 있다.”고 정리했다. ‘공기는 최초의 물질로서 만물은 공기에서 생겨나고 또 공기로 돌아간다. 물은 안개로 변하고 나무는 타서 연기가 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의 미립자가 흩어지고 또 한데 뭉치기도 하는 변화의 과정에서 지구와 태양과 달이 생겨났다’는 이론이다. 그 무렵 아낙사고라스와 데모크리토스, 엠페도클레스 등도 모두 천체에 대해 깊이 연구한 학자들이다.


이들 과학의 조상이 시초가 되어 그동안 과학은 엄청난 발전을 거듭, 이제는 눈과 비, 구름의 양까지 정확하게 관측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성경은 너희가 눈 곳간을 보았느냐, 구름창고를 보았느냐, 바다 밑을 들어가 보았느냐 하였는데 오늘날 과학은 이보다 더 앞서 눈과 구름, 바다 밑의 상태를 소상히 알아낼 만큼 고도로 발전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진이나 쓰나미, 홍수, 가뭄 등의 상황을 어느 정도 예고하고 웬만큼 대비할 수 있는 정도는 되었다. 하지만 이를 완전히 막아낼 정도의 대처능력은 아직 미흡하다.

이번 미동북부와 한국을 강타한 역대급 눈폭풍은 여전히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당국은 일기예보를 통해 이번 눈폭풍이 기록적이 될 것이라고 쉴 새 없이 경고했지만 그 후유증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었다. 하루 내린 적설량이 26.8인치, 역대 두 번째로 기록될 이번 눈폭풍은 뉴욕과 뉴저지, 워싱턴 DC 등 미동북부를 강타하면서 순식간에 도시기능을 마비시켰다.

이로 인해 40여명의 사망자와 7억 달러 이상의 경제적 피해가 속출했다. 이런 현실은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기록적인 폭설로 제주시에 사흘째 8만 명이 넘는 관광객의 발이 묶이면서 항공대란을 야기시켰으며, 울릉도와 독도 섬 전체가 고립됨으로써 엄청난 피해를 양산했다.

혹한과 폭설이 강타한 타이완이나 중국도 다름이 없었다. 나라마다 폭설피해를 당한 지역은 옴짝 달싹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인간이 과학의 발전으로 그 혜택을 누릴 만큼 누려도 자연재해가 미치는 재앙은 그 어느 누구도 피해갈 수 없음을 다시한번 입증했다.

인간은 분명 강하다. 게다가 이제는 그 강한 힘을 자각했다. 그리고 그 힘을 토대로 우주에까지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하지만 인간이 아무리 과학을 최첨단으로 발전시키고 우주를 정복한다 해도 거대한 자연을 지배할 수는 없다. 그것이 자연 앞에 큰 소리 칠 수 없는 인간의 무력한 한계이다.
juyoung@koreatimes.com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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