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복권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

2016-01-22 (금) 김소영(취재부 기자)
크게 작게

▶ 기자의 눈

얼마 전 미 전역에 파워볼 열풍이 불었다. 연속해서 19번이나 당첨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로또 잭팟이 역사상 최고액인 16억 달러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기자는 물론이고 평소에 복권에 별로 관심이 없던 사람들까지도 기하급수적으로 뛰는 당첨 금액을 보며 파워볼 구입 행렬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설마~ ”하면서도 “누가 알아? 당첨될 지도…”란 생각에 너도 나도 행복한 인생 대박의 큰 꿈을 꾸었다. 파워볼의 당첨 확률은 3억분의 1이라고 한다. 뉴욕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미국에 사는 3억2,000만 명이 각자 자신의 이름을 넣고 그 중 한 장을 뽑았을 때 오바마 대통령의 이름이 나올 확률만큼 가능성이 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렇게 확률이 0.0000001%도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종종 복권을 산다.

진짜 일확천금을 거머쥐고 싶어서라기보다는 “당첨의 주인공”이란 즐거운 기대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이유로 대부분 사람은 비록 당첨이 되지 않더라도 아쉬움을 툭툭 털어내고 쉽게 일상으로 돌아간다.


문제는 복권 중독에 빠진 사람들이다. 일부 복권 중독자들은 복권 구입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가사를 탕진할 정도로 복권 구입에 열을 올린다. 이는 곧 과도한 부채 발생, 가정의 파탄, 비정상적인 직장생활, 불법적인 행동까지 이어질 위험이 있다.

실제 16억 달러의 복권 열풍이 끝나고 후원금 모금 사이트인 ‘고펀드미’(Go fund me)에는 테네시에 거주하는 시나몬 니콜이라고 밝힌 한 여성이 “이번 파워볼을 구매하는데 자신의 전 재산을 모두 탕진했다”며 도움을 청하기도 했다. 진위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충분히 있을 법한 얘기다.

전문가들은 복권이 즉각 결과를 알 수 있으며 일을 하지 않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전형적인 도박의 속성이 있고 이는 중독성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뉴욕주를 비롯한 대부분 주정부들은 복권판매 수익금의 상당 부분을 교육 부문 등 공익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복권을 ‘고통 없는 세금’이라 부르기도 한다.
복권을 대하는 자세를 바꿔보면 어떨까 싶다. 복권을 일확천금의 기회나 인생역전의 수단이 아닌 일종의 공익을 위한 심심풀이 게임이라고. 그러면 복권 구입에 따른 부작용도 말끔히 사라질 것이다.

<김소영(취재부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