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소리없는 소녀상의 외침

2016-01-20 (수)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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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정부는 난징학살 사건 이후 중국의 배일사상이 확산되자 군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15-19세의 앳된 조선 소녀들을 상해, 천진 등의 일본군 주둔지역에 수용하고 전용위안부 노릇을 하게 했다.

이들의 숫자는 약 20만명, 이중 생존자는 현재 고령으로 40여명뿐이다.

나머지는 위안부중 대부분이 조선여성으로 일본이 미군과의 전투에서 패해 후퇴하면서 증거인멸을 위해 막사를 폭사시켜 대부분 그 안에서 죽은 것으로 알려진다.


또 일본이 전투에서 항복한 경우는 버려진 위안부들이 고향으로 돌아오긴 했으나 대부분 고생고생하다 병들고 나이 들어 세상을 하직했다.

일본은 이 사실을 부정하는 증거은폐에 혈안이 되어 왔다. 그런 일본이 지난 연말 한일수교 50년만에 위안부문제 종결을 위한 양국 공동 합의문을 작성하기에 이르렀다.

이를 두고 어떤 이들은 이제야 양국간 외교에 걸림돌이 되어왔던 위안부문제가 해결되는 가 싶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하지만 일본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위안부 지원재단에 10억엔을 기부해 문제를 종결짓겠다며 더 이상 거론하지 말라고 불가역적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도 철거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는 일본의 속셈을 그대로 드러낸 외교적 합의로 피해자와 패해국의 입을 막겠다는 뜻이 아니고 무엇인가. 위안부문제는 어떤 이유로든 용서할 수 없는 일본의 만행이다. 어떻게 한 번의 사과와 겨우 돈 10억 엔으로 잘못을 덮고 피해자들의 마음을 달래려 하는가.

모든 한국국민과 위안부 할머니들의 평생 한을 풀어줄 만큼의 사과와 반성, 그에 맞는 보상이 없는 한 이 문제는 종결되기 어렵다. 생존한 위안부 할머니들은 이제나 저제나 죽기전에 일본의 진정한 사과만을 기다리고 있는 현실이다.

이 사안이 인권문제인 것은 유엔인권위회의 일본정부의 만행 거듭 폭로, 미 하원위원회, 캐나다 의회, 유럽연합 등에서 결의안을 통해 일본정부의 사죄 및 배상, 아울러 일본역사에서 이 사실을 계속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한 것만 보아도 분명히 알 수 있다.


미주한인사회도 뉴저지 팰팍과 버겐카운티 청사앞에 위안부를 기리는 기림비 건립, 한국내 일본대사관 앞에 소녀상 건립 등으로 이 문제를 인권문제로 다뤄왔다. 일본은 이를 못 견뎌 이번에 국가적 명예실추라 하면서 어떻게든 외교적으로 이 문제를 풀려고 하고 있다.

독일은 자신들이 저지른 홀로코스트 만행을 두고두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그들이 저지른 만행이 인권에 관한 문제라는 사실을 철저히 인식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홀로코스트를 세워 이 사실을 만천하에 사죄하며 후대에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반성의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일본은 여전히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행위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토니 블링큰 미 연방국무부 부장관이 이번 한일 양국의 합의정신을 존중해야 한다면서 미주내 한인 시민단체들의 항의 활동자체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는 상황에 맞지 않는 발언이라 생각된다.

‘위안부’는 협상의 문제가 아니라 계속 후대에 알리고 교육시킴으로써 두 번 다시 이런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하는, 명백한 인권에 관한 문제이다.

아베는 합의후 ‘완전종결... 더 사죄는 없다’면서 ‘한국, 약속 어기면 국제사회에서 끝’이라는 망언을 내놓았다.

하지만 씻기지 않은 한(恨) 서린 소녀상의 외침, 일본의 만행을 규탄하는 소녀상의 소리 없는 투쟁은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이다.

juyoung@koreatimes.com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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