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수리와 종달새’

2016-01-16 (토) 이태상(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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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은 병신년인데 오행에서 불과 금이 합하여 이루어진 해로, 태양처럼 열정적이고 강철처럼 강렬한 힘찬 한 해가 예측된다고 한다. 그리고 병신년을 붉은 원숭이띠 해라 하는 것은 병신년의 병이 오행에서 불의 붉은 색상이고, 신은 열두 동물 중에 원숭이를 나타내기에 붉은 원숭이띠 해가 된 것이란다.

원숭이는 민첩하고 열두 동물 중 제일 지혜로워 민첩함과 지혜로움을 바탕으로 발전적인 한 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사회에서 2014년의 ‘갑질’ 소동에 이어 2015년엔 ‘수저론’이 소란을 떨었는데 2016년엔 또 어떤 소요가 생길는지 몰라도 우리 칼릴 지브란의 깨우침의 경인구(驚人句) 하나 들어보자. 그의 우화집 수상록 ‘방랑자(The Wanderer)’에 나오는 ‘독수리와 종달새(THE EAGLE AND THE SKYLARK)’ 이야기다.

높은 산 언덕에서 종달새와 독수리가 만났다. 종달새가 말하기를, “안녕하십니까, 선생님” “그래”종달새가 또 말하기를, “선생님, 다 평안하시지요.” “음,” 독수리가 시큰둥하게 대답하기를, “우리야 다 좋지만 우리 독수리들은 새 중에 왕인 걸 넌 모르나? 우리가 너에게 말 걸기 전엔 네가 감히 우리에게 먼저 말 붙일 수 없다는 걸.” 종달새 다시 “우린 다 같은 한 새 가족이라 생각하는데요.”


독수리가 종달새를 내려다보면서 경멸조로 묻는다. “너와 내가 같은 한 가족이라고 그런 따위 소리를 누가 네게 하더냐?” 약올리듯 종달새가 말하기를, “한 가지 잊고 계시는 걸 상기시켜드리지요. 나는 당신만큼 하늘 높이 날 수 있고 그러면서도 노래까지 불러 지상의 모든 생물을 즐겁게 해줄 수 있지만, 당신은 아무에게도 즐거움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화가 난 독수리가 소리 지른다. “즐거움이라니! 너 쪼끄만 이 건방진 녀석 같으니라구. 내 입부리로 한 번만 쪼면 널 당장 죽여버릴 수 있어. 넌 내 발만한 자식이야.”

그러자 종달새가 팔짝 날아 독수리 등에 올라타고 쪼기 시작했다. 독수리는 급하게 높이 날아올라 종달새를 떨쳐버리려 했으나 허사였다. 마침 그 때 작은 거북이 한 마리가 나타나 이 광경을 보고 웃다 못해 발랑 뒤로 나자빠질 뻔했다. 이를 내려다 본 독수리가 화가 나서 소리 쳤다. “땅에서 겨우 기는 녀석아, 뭘 보고 웃는 거냐?”

거북이가 “왜요, 당신은 말이 되었군요. 작은 새 한 마리를 등에 태우고. 그 작은 새가 당신보다 더 훌륭한 새요.” 이 말에 독수리가 대답하기를, “넌 네 일이나 봐. 이건 내 형제 종달새와 나 사이의 우리 집안일이니까.” 이 우화는 원숭이해에 우리도 원숭이처럼 ‘재주 부리기보다 덕을 쌓으라’는 좋은 교훈인 것 같다.

<이태상(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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