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티-임파구 같은 존재

2016-01-16 (토)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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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서로의 관계 안에서 살아간다. 어떤 관계든 관계를 떠나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상호의존, 공존공생, 상부상조 같은 분위기는 좋은 관계로 이어지는 관계다. 그런데 이런 관계를 깨는 사람이 있다. 분위기 메이커가 아닌 분위기를 망치는 메이커로 바로 암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암(cancer)이란 몸 속 유전자에 변화가 일어나 비정상적으로 세포가 변하여 불완전하게 성숙, 증식하게 되며 장기에 침입해 몸을 파괴하는 병을 말한다. 암에도 두 가지가 있는데 몸의 여러 장기에 전이돼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하는 악성종양이 있고 전이되지 않는 양성종양이 있다. 암 같은 존재란 악성종양 같은 사람을 말한다.

우리의 몸에서 발생하는 암을 막는 좋은 세포도 있다. 티(T)-임파구다. 티 임파구는 몸속에서 24시간 쉬지 않고 암세포를 감시하는 면역장치의 세포다. 우리네 삶 속에서 분위기를 띠어주는 사람들, 역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도전의 용기를 주려고 하는 사람들, 화합과 단결을 도모하는 사람들이 티-임파구 같은 사람들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한 평생이란 길면 길고 짧으면 짧다. 한 평생이라 해도 어떤 사람은 100세에 가깝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나하면 젊어서 단명(短命)하는 사람도 있다. 단명이든 장수이든 주어진 평생 동안 욕먹지 않고 살아가려면 절대로 암 같은 존재론 살아가선 안 된다. 왜, 서로 도와 살지 못할망정 암처럼 해를 입히며 사나.


정상세포와 암세포는 분열자체가 다르다. 정상세포는 핵 하나에서 분열돼 나가는 과정이 느리며 세포에 손상이 생기면 세포 스스로가 소멸된다. 그러나 암세포는 하나의 핵이 분열되는 과정의 속도가 무척 빠르고 제 기능을 못하는 미분화세포로 정상세포를 침해하여 몸을 망치며 저절로 없어지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고 한다.

우리네 일상에서도 악성종양 같은 존재들은 반드시 나온다. 단체의 경우, 같은 목표를 지향하여 건설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자신의 욕심대로 행해 분위기를 망치거나 단체의 존속 자체를 불투명하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이익과 명예만 생각했지 전체의 조화를 모르는 암 같은 존재들이다.

왜, 수십 년 동안 잘 운영돼 오던 단체들이 사분오열 되는가. 암 같은 존재가 그 조직 속에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그 단체가 잘 되려면 악성종양 같은 암을 도려내야 한다. 그래야만 단체가 살아남아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암이란 이와 같이 존재자체가 불필요한 존재, 즉 세상에서 없어져야만 하는 악(惡)과 같은 존재이다.

암 환자들이 수술을 한 후 항암 치료를 받는다. 그 과정이 너무 무섭다. 어떤 암 환자는 항암 치료하는 고통이 너무 심하여 차라리 고통속이 아닌 평온함 속에서 안락사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생명의 연장이 고통의 연장의 계속이라면 생명 자체를 버리겠다고 하는 것이다. 암이란 이렇듯 고통을 수반하는 존재다.

한 사람의 악성종양 같은 암적인 존재가 있음으로 인해 그 조직에 속한 많은 사람들이 불의의 고통을 당할 수 있다. 함께 즐기면서 같은 목표를 지향해 나아가야 할 조직은 이런 암 같은 존재로 인해 고통의 연속이 될 수 있고 와해, 즉 조직이 무너지는 사망신고를 할 수 있다. 암의 여파는 단결이 아닌 파괴와 분열이기에 그렇다.

악성종양의 암이 아닌, 티-임파구 같은 사람으로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으랴. 희망을 주려고, 단체를 살리려고, 화합과 단결을 도모하려고, 자신이 희생돼도 모두가 잘 되기를 바라는 파괴가 아닌 생명을 살리려 하는 그런 사람. 너무 좋지 않은가. 암 같은 존재가 아닌 티-임파구같은 존재로 남은여생을 살아봄도 꽤 괜찮을 것 같다.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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