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의 전략과 위안부 문제

2016-01-06 (수) 김동찬<시민참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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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6월26일 미하원 외교위원회에서 위안부 결의안(H.Res121)이 찬성 39, 반대 2로 압도적으로 통과 되었다. 이날 당시 외교위원장이었던 고 탐 렌토스 위원장은 참석 의원 모두에게 입장을 묻고 찬성 여부를 묻는 롤콜(Roll call)방식으로 투표를 진행하였다.

이중 반대한 텍사스 출신의 론폴(Ron Paul)의원이 일본은 국제사회에서 미국과 함께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강력한 동맹국인데 그런 일본에 면박을 줄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랜토스 위원장은 "인권의 문제는 시간과 공간에 구애 받지 않고 반드시 해결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일본이 미국과 함께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동맹국으로 이 문제를 반드시 사죄 배상하고 역사에 가르치게 해야 한다. 일본이 이 문제를 회피하게 해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

이렇게 의회에서는 미국의 가치인 인권의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당시에도 백악관과 국무부는 노심초사 하면서 의회 통과에 대해서 반가워하지 않았고 환영의 성명서 하나 발표하지 않았다. 그것은 정부가 부시 행정부에서 오바마 행정부로 바뀌었음에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마이크 혼다의원은 스티브 이스라엘 의원과 함께 국무부 예산승인에 위안부 결의안 이행을 하라는 내용을 넣어서 통과 시키면서까지 국무부가 움직이도록 했다.


그러나 미의회와는 다르게 미국의 행정부는 같은 시기 서로 다른 곳에서 일어났던 같은 종류의 전쟁범죄 행위에 대한 독일의 홀로코스트와 일본군의 전쟁범죄에 대한 서로 다른 잣대와 행동을 보여왔다. 이것을 보면서 왜 일본이 틈만 나면 한국을 무시하고, 미국의 행정부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는 사안에 대해서 양국이 빨리 타결해야 한다는 둥 한국이 골대를 자꾸 바꾸면서 말을 바꾼다는 등의 일본 주장에 편을 들어 한국의 입장을 곤란하게 하였다.

물론 대국굴기 군사굴기에 나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의 전략적인 파트너로서 일본이 중요하기 때문에 자칫 한국이 중국과 연대하여 일본을 고립시킬 수 있는 위안부 문제를 빨리 해결하기를 원했을 것이다.

그러나 대의명분을 중요시 여기는 동양적 사고의 한국과 중국 그리고 동남아시아는 현실적인 전략만으로 일본의 야만성에 눈감아주는 미국에 대해서 의혹의 눈으로 볼 수밖에 없다. 미국에 살고 있는 우리는 미국의 시민으로서 세계 속에서 존경 받는 미국이라는 것에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세계에 인정을 받으려면 해당 지역의 민심과 그 지역의 역사에 대해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미국의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병법의 달인 손자는 아무리 미흡해도 전쟁은 속전속결로 끝내야 한다. 오래 끄는 전쟁에서 승리한 예가 없다고 했다. 지금 미국은 아프카니스탄, 중동에서 10년이 넘는 전쟁을 하고 있다. 오히려 전쟁이전 보다 이 지역이 더욱 불안하고 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그 원인은 미국이 지역의 정서와 역사를 면밀히 살피고 그 전쟁이 꼭 필요한 것인지, 꼭 이길 수 있는 전략이 무엇인지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미국의 국제전략이라는 공식만 가지고 강력한 화력만 믿고 시작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행정부는 인권을 전략적으로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미국이 인권을 전략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간파한 간교한 아베의 잔꾀로 타결한 한일간의 위안부 문제는 해결이 아니라 새로운 한일간의 불씨가 되고 있다. 결의안을 통과시킨 마이크 혼다의원이 노력은 인정하지만 당사자인 위안부 피해자들이 동의하지 않는 일본의 행동을 질타하였다.

그러나 미국 의회에서 결의안을 통과시켜놓고도 미국의 가치를 전략적인 툴로만 생각하여 한일간 협상한 위안부 협상에 대하여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환영한 것은, 한일간 돌이킬 수 없는 불신과 대결의 미래가 될 수 있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파악해야 할 것이다.

<김동찬<시민참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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