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품위 있게 살라”

2016-01-05 (화) 김창만<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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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고간장’으로 유명한 몽고식품 회장이 운전기사를 무차별 폭행하고 폭언을 일삼았다는 일로 떠들썩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언론에 알려지자 몽고식품회사는 즉각 사과문을 게재했다. 품위를 잃고 경거망동한 김 아무개 회장은 즉시 사퇴했다.

그렇다고 격앙된 국민의 여론은 좀처럼 가라앉은 것은 아니다. 어째서 1905년 창업이후 110년 동안이나 국민의 사랑을 받아 온 장수기업의 경영자가 이런 비인격적 행태를 보일 수 있느냐,에 대한 원망과 궁금증이 산불처럼 증폭되었다.

몽고식품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다. 깜짝 놀랐다. 몽고식품은 평범한 회사가 아니었다. 수출 업적, 대민 봉사 등으로 수많은 상과 상패를 받은 회사였다. UCLA 의과대학 강의실에서 일어난 일이다. 한 학생이 일어나 교수에게 평범한 질문을 했다. 교수는 그 학생을 빤히 쳐다보면서 “정말 바보 같은 질문을 하는군. 그것도 모르면서 의과대학에 어떻게 들어왔나?”라고 망신을 줬다.

질문을 한 학생은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머리를 들지도 못했다. 그 순간이다. 반에서 가장 공부를 잘하는 친구가 교수를 향해 오른 손을 높이 들었다. 교수는 그 친구를 알아보고, 무슨 대답을 하려나 기대에 찬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학생은 일어나 의연하게 말했다. “교수님, 저희 중 바보는 아무도 없습니다. 단지 지식이 부족할 뿐입니다. 우리가 부족한 지식을 쌓기 위해 이 자리에 와 앉아있습니다. 저는 교수님이 조금 전의 그 친구에게 사과를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교수님의 말 한마디로 인해 그 친구는 머리를 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모든 학생이 우뢰와 같은 박수를 쳤다. 그 학생의 말대로 교수는 학생 앞에서 진심어린 사과를 했다. 그리고 교수의 품위를 지키지 못한 언행에 대하여 시정을 요구한 그 학생의 도덕적 용기에 대해 고맙다는 말을 덧붙였다.

누군가가 품위를 훼손당하여 소외감을 느낄 때 침묵하지 않아야 한다. 신속히 나서서 도와주어야 한다. 아니면 본인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나 훼손된 품의와 자존감을 회복해야 한다. 그래야 이 사회가 인간의 존엄성의 불꽃을 소중하게 보존하는 ‘품위 사회’가 될 수 있다.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에서 유대인에게 가해지는 첫 고문은 물리적 고문이 아니다. 배설물에 의한 품위 훼손 고문이다. 변소 가는 것을 금하고 짐승처럼 먹은 데서 자고 배설하게 만들면, 인간의 자존감과 품위는 허무하게 짓밟힌다. 사람의 의식 수준은 짐승의 수준으로 퇴행한다. 자신을 오물을 뒤집어 쓴 짐승으로 여겨 막 산다. 그러다가 죽는다.

품위를 잃은 인간은 약하고 비참하다. 하지만 인간의 존엄성과 품위를 지키기 위해 한 컵의 물이라도 아껴 몸과 얼굴을 닦아낸 사람은 수용소 안에서 끝까지 살아남았다. 인간의 품위를 짓밞는 권력 앞에서 자신의 몸을 청결하게 지켜내는 일이 곧 생명을 지켜내는 일임을 그들은 굳게 믿었다.

당신은 리더인가. 신앙의 품위를 지키기 위해 오만한 다윗과 의연하게 맞섰던 나단처럼, 아합 앞의 엘리아처럼 이 세상을 품위 있게 살라.

<김창만<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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