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복덕을 곰비임비 누리시길…’

2016-01-04 (월) 연창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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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3일 연휴. 많은 문자메시지와 영상이 휴대전화를 타고 오갔다. 예외 없이 새해 인사. 잘 되기를 바라는 덕담이었다. 그중 문자보다는 영상에 가슴이 뭉클했다. 정감도 더 했다. 역시 새해덕담은 말로 주고받아야 제 맛인가 보다.

덕담은 상대방에 대한 기원을 말로 표현한 것이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서로 건강과 성공을 빌어준다. 그런 덕담 나누기는 우리의 풍습이다. 새해 덕담은 더욱 그렇다. 육당 최남선은 언어에는 신비한 힘이 있어 그대로 실현된다고 믿으면서 하는 말이 덕담이라 설명했다. 문자가 아닌 언어에도 영적인 힘이 있다고 믿은 것이다. 언어 주술적 시각에서 덕담연원을 설명한 셈이다.

덕담(德談)의 본뜻은 문자학으로 살펴보면 더욱 잘 나타난다.
‘덕(德)’ 자의 갑골문 형태는 자축거릴 척(?)에 곧을 직(直)이 붙었다. 앞을 곧게 보고 나아감의 뜻이다. 한자의 원형을 찾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서체인 금문에는 직심 ‘덕(悳)’으로 쓰기도 했다. 곧을 직(直)에 마음 심(心)을 붙인 것이다. ‘곧은 마음’인 ‘정직(正直)’을 중시했다. 오늘날은 ‘척(?)’에 ‘덕(悳)’을 덧붙여 ‘덕(德)’으로 쓰고 있다. 이는 ‘실행’,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담(談)’이라 무엇인가? 말씀 언(言)에 불탈 염(炎)이 붙어 있다. 그렇다고 불꽃이 타오르듯이 서로 논쟁하거나 싸운다는 뜻은 아니다. 염(炎)은 불꽃이 반짝반짝하는 모닥불이나 화로를 가리킨다. ‘조용한 분위기’다. 따라서 담(談)이란 ‘화로 주변에 앉아서 조용하게 이야기를 나눈다’는 뜻이다. 예컨대, 담(淡)은 ‘수면이 맑음’을, ?(담)은 ‘사람이 고요함’을, 담(?)은 ‘흙이 평평함’을, 담(?)은 ‘마음이 편안함’을, 담(?)은 ‘포근한 담요’를 가리킨다.

이처럼 덕담의 속성은 ‘정직’과 ‘실천이다. 그리고 ‘조용한 말 나눔’인 것이다.
우리는 새해가 되면 으레 서로서로 덕담을 주고받는다. 아름다운 전통이다. 덕담은 단순한 인사가 아니다. 그 속엔 상대방이 잘 되기를 바라는 진심이 있다. 격려와 칭찬도 담겨 있다. 복을 빌어주는 거룩한 축복의 성례다. 덕담은 바로 새해의 축복이다.
본래 덕담의 예절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하는 것이었다. 상대방이 잘 되기를 빌어주는 것이니 그런 것이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그러나 시대변화에 따라 이제는 윗사람이 먼저 해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났다. 위아래를 떠나 굳이 순서나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다. 서로가 서로에게 진심으로 잘 되기를 빌어주는 따뜻한 축복의 인사가 된 것이다.

대개 덕담은 건강, 성공, 결혼 등 기원이나 축원의 내용을 담고 있다. ‘건투’나 ‘승리’를 담기도 한다. 요즘엔 ‘나눔’을 강조하는 표현이 많아졌다. ‘소중한 나눔의 무한 행복을 위하여!’, ‘사랑과 우정을 나누자!’ 등이다. “새해 더욱 건강하시고 활기차게 좋은 일들 많이 엮어 가시기를 바랍니다. 진심으로요./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좋은 날 누리세요!” 이는 참으로 정답고 발랄한 맛이 담겨 있는 덕담이 아닌가 싶다.

물론, 가장 즐겨하는 새해 덕담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다. 하지만 복은 받는 일은 하늘의 뜻이다. 기약할 수 없다. 그러니 ‘복 지으세요!’란 표현이 더 낫지 않을까? 복을 짓는 일은 각자의 몫이니 마음먹기에 달렸기 때문이다.

2016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도 참으로 많은 덕담을 주고받았다. 그 중 몇 개를 소개한다.
“새해는 열어보지 않은 선물. 새해 선물이 희망의 선물, 사랑의 선물이 되길…” “해는 어제와 같이 떠올라도 햇빛은 어제의 햇빛이 아닙니다. 날마다 새로움을 맞는 한 해가 되길…” “좋은 사람들과 살아간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입니다. 새해도 변함없이 함께 행복한 한 해가 되길!” “새해도 마냥 거침없는 한 해가 되길…” 등등. 참으로 가슴 깊이 새겨진 새해 덕담이다.

독자 여러분! “2016년 새해엔 복덕을 곰비임비 누리길 기원합니다!”

<연창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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