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성스러운 곳 순례

2016-01-02 (토) 소예리 <교무/릿지필드 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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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 10월 교도님들과 함께 한국으로 성지순례를 다녀왔다. 보통 성지라 하면 예수님이나 부처님의 탄생지나 전법지인 이스라엘이나 인도지역이라 생각하기 쉬운데 그런 곳이 아닌 한국에 성지순례를 다녀왔다니 무슨 말인가 싶을지 모른다. 한국에도 각 종교의 성지들이 전국 곳곳에 존재한다. 그 중 우리가 다녀온 곳은 주로 원불교 성지와 불교유적지 그리고 천주교와 기독교의 그곳들이었다.

특히 원불교 탄생지인 전남 영광의 영산성지, 교법을 제정한 부안의 변산성지, 세상에 교법을 전한 전법성지 익산, 그리고 창립초기 처음으로 제자들과 한 달 동안 공부를 했던 초선성지인 진안의 만덕산 등이다.

성지(聖地)는 ‘종교와 관련된 유적이 있는 곳’ 혹은 ‘종교의 발상지’를 말한다. 따라서 원불교는 한국에서 개교되었고 당연히 한국에 종교의 발상지로서의 의미 있는 성지들이 있는 것이다.


날씨도 좋고 풍경도 좋은 가을날에 한국을 찾아 이곳 저곳을 돌고 도는 동안 참 행복하고 감사한 일들이 많았다. 대체적으로 어디나 누구나 나날이 발전하는 모습이 반가웠고, 타국살이 하다 왔다고 환대하여 주시는 인연들이 있어 감사했으며, 모처럼 내 몸에 맞고 마음에 맞는 먹거리들이랑 풍경이 함께하니 참 행복했다.

성지순례를 하는 본래 의미가 무엇일까? 깊은 신심의 발로였든, 여가의 활용이었든, 성현들이 나시고 구도하고 고행하며 일가를 이루시고 세상을 위하여 마침내 큰 뜻을 펼치신 유적지와 발상지 등을 순례하면서 결국 우리가 얻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 여행을 통하여 신심이 더욱 깊어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공부심이 더욱 증진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분들이 어린 양들을 위해서, 혹은 중생을 위해서 회상을 펴신 뜻을 깊이 공감하며 공중을 위하는 마음이 더욱 커지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신심과 공부심과 공심이 더 깊어지는 것이야말로 성지순례의 참된 목적이요 이유가 아닐까.

또 한발짝 더 나아가 살펴보면 기존의 성현들께서 남기신 발자취가 있는 곳만 과연 성지일까의 문제이다. 원불교의 입장에서 보면 나는 본래 훌륭한 사람이요 부처의 성품을 가지고 있으며 하느님의 진리를 품고 있는 존재이니 그것을 깨달아 지금 여기 내가 있는 이곳을 가장 아름답고 성스러운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성현들의 가르침을 받아 알고 느꼈다면 그것을 실생활에서 잘 연마하고 잘 활용하여 내가 있는 현실 속에서 낙원도 만들고, 불국토도 만들고 천당도 만들어 자신뿐만 아니라 더불어 함께하는 타자의 삶도 유익해야 할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지금 내가 사는 이곳을 성스러운 곳으로 만들기 위하여, 오늘도 부지런히 진리적 종교 신앙과 사실적인 도덕의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아야겠다.

<소예리 <교무/릿지필드 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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