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 해가 밝았다!

2016-01-02 (토)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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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해가 밝았다!

붉은 원숭이 해인 병신년(丙申年) 새 해가 밝았다. 병신년! 참 재미있는 발음이다. 그러나 이것은 육십간지의 33번째 해를 뜻하는 한자어이니 욕은 아니다. 예로부터 원숭이는 인간과 가장 많이 닮은 지혜로운 영장류로 자식과 부부간의 사랑이 사람 못지않다. 우리 민속에선 장수와 가족애가 담겨있는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새해가 되었으니 새해 1년 동안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모두 정해 놓았을 거다. 작심3일이 되더라도 1년이 바뀌는 길목에서 무언가 새로운 목표를 정하지 않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정해 보자. 레졸류션(resolution)이라 불리는 새해의 목적결정은 한 해를 열어가는, 대나무의 새 매듭의 시작 같은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


지난 해 출석하는 교회에서 어느 익명의 부부가 100만 달러의 건축헌금을 교회에 드렸다. 현금이다. 많은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이 미담 사연은 교회뿐만 아니라 한인사회에도 신문지상을 통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익명이라 누구라 밝힐 수는 없어도 알음알음으로 누가 헌금했는지를 알게 됐으나 그 분들에게는 모른 척 한다.

금년 한 해, 이분들처럼 교회면 교회, 봉사단체면 봉사단체, 사회복지기관 등 좋은 기관에 돈을 많이 기부하는 한 해가 된다면 어떨까. 그렇게 하려면 돈이 있어야 하겠지만, 돈도 돈이지만 좋은 일에 십시일반, 기부해야겠다는 마음이 먼저이면 될 것 같다. 교회에서 두 분을 뵐 때마다, 그분들의 얼굴이 그렇게 평화로울 수가 없다.

누구인들 첫 사랑의 경험이 없을까. 만나기만 해도 가슴이 울렁울렁~헤어져 금방 돌아서도 또 보고 싶은 첫사랑의 심정. 물론 결혼 전 연애 할 때의 마음이다. 그런데 이렇게 만나기만 해도 심장이 쿵쿵 뛰던 마음이 왜 결혼 후에는 변해 버리는 걸까. 류시화 시인이 말했나. 그대가 옆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고. 이게 사랑이다.

올 한 해엔 첫 사랑을 되찾는 한 해가 되도록 노력해 보면 어떨까. 연애할 때처럼 가슴이 쿵쿵 뛰는 그런 상태로는 돌아갈 수 없겠지만 가만히 손을 만지며 서로에게 감사의 마음, 사랑의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그런 마음만이라도 괜찮다. 함께 늙어 가면서 기댈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삶에 사랑이 채워지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비교하지 않고 당당히 살아가는 한 해가 되길 원해본다. 다른 사람과 자신과의 비교도 긍정적일 때는 시너지 효과가 나타난다. 하지만, 부정적일 때엔 자신을 파멸로 몰고 가는 독약이 될 수 있다. 비관론자의 시작이다. 한 번밖에 없는 유일회(唯一回)의 생을 살아가면서 왜 남과 비교하다 그 중요한 시간을 허비한단 말인가.

즐기면서 살아가자. 삶을 즐기려면 비관적이어서는 절대 즐길 수가 없다. 낙천적인 성격이 돼야 한다. 선천적 낙천주의자도 있지만, 열악한 환경 속에서 태어났어도 후천적으로 낙천주의자가 되어 생을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주위에 너무나 많다. 낙천가가 되는 길은 나에게 주어진 여건을 어떤 눈으로 보느냐에 달려 있다.

모든 걸 감사로부터 시작하는 눈을 떠 보는 것, 긍정의 시작이요 낙천가로 가는 지름길이다. 열 개의 사과 중 먹을 것 두 개가 남았다면, 아직도 두 개가 남았군, 낙천가의 마음이다. 그러나 두 개밖에 안 남았네! 이것밖에 없으니 어떡하지! 어떡하긴, 또 사오면 되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게 마음먹기에 달려 있음에야.

새 해가 밝았다! 장수와 가족애의 상징인 원숭이처럼 가족을 사랑하며 건강하게 올 한해도 살아가자. 십시일반, 나누는 마음으로, 첫 사랑을 되찾아 가는 마음으로, 낙천적으로 즐기는 마음으로, 불평 보다는 감사의 조건을 먼저 찾는 마음으로. 올 한 해, 새해를 맞이하는 모든 분들에게 이런 마음의 복이 깃들기를 소원해 본다.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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