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주한인 저력 다지는 도약의 해

2016-01-02 (토)
크게 작게

▶ 신년사설

2016년 새해가 밝았다. 말갛게 씻은 얼굴로 힘차게 솟아오른 태양과 함께 2015년은 역사 속으로 물러나고 새 날이 왔다. 새해가 선사하는 366일, 시간의 백지 앞에서 우리는 희망에 부풀고 기대로 설렌다. 새로운 각오와 다짐으로 다시 한 번 출발점에 서는 경건한 순간이다.

2016년은 미국과 한국 모두 큰 변화를 앞둔 해이다. 미국은 새 대통령을 선출하는 대선 열기로, 한국은 4월 총선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될 대선정국으로 한해 내내 치열한 공방의 날들이 이어질 것이다.

미주 한인들은 실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선거에도, 정서적 영향이 지대한 한국의 선거에도 관심을 늦출 수가 없다. 하지만 실제로는 말만 무성할 뿐 행동으로 연결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미국선거 투표율은 물론 한국의 재외선거 투표율도 턱없이 낮다. 원인은 '내 나라'라는 주인의식의 결여이다. 새해에는 미주 한인사회가 역사의 구경꾼이 아니라 주인으로서 역사의 한 축을 담당하는 도약의 기틀을 마련했으면 한다.


미국에 한인사회가 형성된 지 113년이 되었다. 개정이민법 시행으로 이민문호가 열린 1968년을 기점으로 해도 거의 반백년이 되었다.

지난 50년 한인들은 끈질긴 근성과 타고난 성실로 이 땅에 보란 듯이 정착했다. 경제적 안정을 얻고, 남다른 교육열로 2세들을 번듯하게 키워냈다. 론 김 뉴욕주 하원의원이나 크리스 정 팰팍 시의원, 피터 서 포트리 시의원, 수잔 앵글로 캠든 카운티 프리홀더 등은 모두 70년대 초기 이민가정에서 자란 1.5세들이다.

이들 외에도 각계에서 2세들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코리안 아메리칸은 명석하고 우수하다는 인식이 미국사회에서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개개인의 성공 스토리 차원이다. 코리안 아메리칸이라는 민족으로서의 저력을 형성하려면 커뮤니티 차원의 비전이 필요하다.

첫째는 주인의식이다. 2016년 미국 대선은 내 나라의 내 대통령을 뽑는다는 인식을 가져야 하겠다. 남의 잔치 구경하듯 할 게 아니다. 소수민족 이민 커뮤니티인 한인사회를 위해서는 누가 가장 좋은 정책을 펼칠 지, 연구하고 지지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래서 후보들이 한인 표를 얻기 위해 커뮤니티를 찾아오게 만들어야 미국사회에서 대우받는 민족이 된다.

선거 때면 후보들이 발이 닳도록 찾는 유대인 커뮤니티가 좋은 예이고, 19세기에 더러운 이민자로 천대 받았던 아일랜드계도 벤치마킹 할만하다. 개신교 나라인 미국에서 이들은 가톨릭이어서 더 더욱 냉대를 받았다. 냉혹한 현실 속에서 이들은 교회를 중심으로 똘똘 뭉치며 정치적 힘을 기르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20세기 중반 뉴욕 등 동부의 정치인들은 선거 때면 3개 'I' 방문이 필수였다. 이스라엘, 아일랜드, 이탈리아였다. 가톨릭 유권자들과 유대인들의 표를 얻기 위해서였다.

둘째는 민족의식이다. 한인 후손들이 4세, 5세가 되도록 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려면 뿌리교육이 필수이다. 성장기에는 민족적 뿌리에 무관심했던 한인 2세들이 나이 들면서 한국문화와 전통에 관심을 갖는 것은 반가운 현상이다. 2세들이 성인이 된 후 뒤늦게 한국말을 공부하는 가하면 이민 3세인 자녀들을 이끌고 주말 한국학교를 찾는다. 한국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자연스럽게 뿌리교육으로 이어지고 있다.

셋째 코리안 아메리칸이 갖춰야 할 것은 역사의식이다. 미주 한인이민의 역사를 알아야 미국 사회에서 우리가 어디에서 출발해 어디로 가는 지 방향을 잡을 수가 있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 2세들은 대부분 당장 눈앞에 놓인 물질에만 관심을 쏟는 물질지향주의로 치닫는 경향이 매우 짙다. 이런 결과는 1세들이 이룬 업적을 후대에까지 계승시키는 작업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다. 후세들에게 역사의식을 올바로 심어줄 때 한인커뮤니티의 미래가 밝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하였다. 역사를 모르는 민족에게도 미래는 없을 것이다. 2016년 새해는 한인들 모두가 역사의 주인으로서 미주한인의 저력을 다져가는 도약의 한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