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이서울유(I.SEOUL.U)’

2015-12-26 (토) 이태상(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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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서울시가 만든 새 브랜드로 ‘아이서울유(I.SEOUL.U)’를 택시나 공공장소에서 마주치게 됐다는 기사를 보았다.

인터넷엔 ‘가수 아이유가 장악한 서울시’를 표현한 것이라는 식의 패러디가 넘치고 “나는 서울한다”는 게 무슨 뜻이냐며 콩글리시라는 조롱조의 폄훼가 판치자 서울시는 이 문구가 ‘서울(Seoul)’을 동사형으로 활용했다고 설명한다는데 해외에 거주하는 한인의 한 사람으로 서울시민과 한국인 모두에게 한 마디 하고 싶어 몇 자 적는다.

‘꿈보다 해몽이 좋아야 한다’는 말처럼 매사를 어떻게 해석하고 풀이하는 가에 따라 그 결과가 천양지차(天壤之差)가 나지 않는가? 개인이고 국가이고 간에 자중자애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비하할 때 아무에게서도 존중되지 못하는 법이다.


지난 10월 31일자 한국일보 오피니언에 ‘한국에 살며’ 칼럼 ‘한국인의 삶은 지옥인가’에서 영국인 배리 웰시 숙명여대 객원교수 ‘서울 북 앤 컬처클럽’ 운영자는 다음과 같이 ‘헬조선’ 개념을 요약한 후, “이러한 이유로 많은 젊은이들이 한국을 떠나고 싶어한다. 이는 국가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헬조선 개념에 따르면 한국은 평범한 사람은 배척시키고 끝내 굴복하게 만드는 잔인한 사회구조를 가진 곳이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공부해야 하며 남자의 경우 예외없이 군대에 가야 한다. 또한 취직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 많은 이들이 세계 최장시간의 노동시간을 자랑하는 한국의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하고 있다.

만약 대기업에 들어가지 못한다면 여러 가지 문제가 되며, 낮은 수준의 삶을 사는 것으로 느낀다. 반면 부유하고 권력을 가진 집안에서 태어나면 낙하산과 인맥을 통해 혜택을 누리기 때문에 이러한 한국사회의 잔인함을 피해 갈 수 있다고 한다. 그들은 정의롭지 못한 특혜를 누리며 즐겁게 살아간다.

이러한 인식은 한국의 젊은이들이 ‘온실의 화초’가 못 된 걸 한탄하고 비관-절망한다는 말인데, 젊은이들이 간과할 수 없는 한 가지 엄연한 사실과 진실이 있다. 다름 아니고 온실의 화초는 결코 큰 나무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의 대기업 창업자들을 비롯해 오늘날의 젊은이들 부모와 조부모는 하나같이 온실의 화초가 아닌 ‘잡초’ 억새풀들이었다.

일정시대(1936년) 평안북도 태천에서 태어나 8.15, 6.25, 4.19, 5.16을 다 겪고 영국과 미국으로 떠돌면서 인생 80년 가까이 살다 보니 깨닫게 된 ‘진리’가 하나 있다. 그 ‘진리’란 성경, 불경, 도덕경 등 성인군자들의 가르침이 아니라 그동안 내가 살면서 겪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직접 몸으로 체득한 것이다.

<이태상(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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