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회장 쟁탈전과 전직회장들의 월권

2015-12-26 (토) 김광식(미주한인회총연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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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한인사회가 회장쟁탈전으로 전세계 한인사회의 망신을 거듭하고 있다. 언제 이러한 추태가 종식될 것인지 결과에 대한 귀추보다는 하루 빨리 그 임기와 세월이 지나기를 바라는 한인들이 대부분이다. 그만큼 한인회에 관심이 없다는 얘기다. 더욱이 막연하게 한인회가 도움을 줄 것으로 착각하는 한인들에게는 한인회는 그야말로 백해무익한 존재로 보인다.

현재 소위 분규라고 지칭되는 미국의 한인단체는 미주한인회총연합회와 뉴욕한인회 등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사태발생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공교롭게도 한인들의 의식이 단합되어야 할 대한민국광복 제70주년을 맞아 이러한 회장쟁탈전이 어이없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둘째는 이러한 불미스러운 사태의 배후와 주도세력에 하필이면 전직회장단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서울광화문에 태극기 게양대 설치를 놓고, 정부와 민간단체간의 찬성과 반대에 논란을 거듭하는 대한민국 실정이고 보면 솔직히 우리 한인들이야 독립정신이나 애국선열이냐에 심각하게 사색할 겨를도 없고 미주지역에서 대한민국광복 70주년을 거론한다는 것 자체가 사치스럽다.


하지만 이러한 역사적 시기에 전직회장단이 단체회장쟁탈전과 법정투쟁의 선두가 된 경우는 그야말로 잘못된 행보여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본국은 물론 전 세계 한인사회에서 존중받아왔던 한인회를 회장쟁탈전과 법정투쟁까지 부추겨 웃음거리와 조롱거리의 대상으로 만든 장본인들이 전직회장단인 것이다.

이들이 모여 비상대책위원회니, 수습대책위원회 등을 만들어 권한 밖의 행보로 한인사회를 진흙탕으로 몰고 가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두 단체가 똑 같이 전직회장단의 주도로 한인회선거관련 사안을 진흙탕으로 만들어 놓았으니 이 책임을 누가 져야 할 것인지 이제는 분명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더욱이 미주한인회총연합회에는 선거 때마다 출마자에게 금전을 뜯어가며 자신의 위세를 악용하여 인원동원에 앞장 선 인물이 전직회장이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뉴욕한인회 역시 회칙과 규정을 위배하게 된 것도 전직회장단의 개입과 어영부영 묵인된 이들 의 지나친 행보에 의해 비롯되었다고 본다.

또 하나의 유명무실했던 단체도 양상은 다르지만 전직회장단의 지나친 행보는 마찬가지다. 그 속에 휘말렸다간 또 하나의 법정분규가 발생할 소지가 다분하다. 이 모든 사태의 발단은 전직회장이 선관위원장을 맡는 가 하면, 또 다른 전직회장의 비호아래 상식 밖의 선관위구성이 이사회의 결의조차 없이 제멋대로 만들어졌던 까닭이다.

전직회장이 현재의 집행부활동에 관여하는 회칙과 규정이 있는 한인회는 없다. 회칙준수에 모범을 보여야 할 전직회장이 오히려 지키지 않음으로 발생하는 무지의 소치가 한인사회를 혼란으로 몰고 가는 것 같다.

한인사회에는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는 책임지지 못하면서 행세에만 혈안이 된 무늬만 회장인 인사들이 점점 늘어가는 것 같아 걱정이다.

<김광식(미주한인회총연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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