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평신도가 부르는 할렐루야

2015-12-23 (수) 김근영(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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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한국교회에서는 남녀 칠세 부동석이라 하여 검은 광목커튼을 쳐서 남녀가 서로 보지않고 예배를 드렸다. 그러나 유독 찬송가 만큼은 남녀공용(unisex)인 소프라노 음역으로만 불렀다. 찬송가 작곡자들은 4성부 즉, 소프라노, 앨토, 테너, 베이스로 화성학과 대위법의 조화를 이루어 더 아름답게 기쁨의 예배를 드리도록 유도하고 있다.

평신도 운동이란 교회의 민주화의 시도이다. 즉, 평신도는 교회의 방관자가 아닌 예배와 목회에 동참하여 목사와 함께 고민하고 연구한다는 뜻이다. 교회음악은 초기 기독교 카타콤 예배 때부터 중요한 예배의 일부분을 차지했는데 현금엔 그 음악적 평신도 참여가 사라져가고 있다.

음악의 평신도운동이란 종래까지 듣기만 하던 교회음악에서 탈피하여 평신도가 직접 부르는 성악적 시도에 비중을 둔다. 작곡자들은 힘들여 4성부 음역을 조화시켜 놓았지만, 평신도들은 소프라노만 고집하고 나머지 앨토, 테너, 베이스는 성가대원들 만이 부르는 성역으로 자리매김된 현실이다.


예배를 부부가 같이 앉아 드려야 한다는 터부(taboo) 를 걷어버리고, 부인은 여성의 소리인 소프라노나 앨토 석으로 돌아가고, 남편은 테너나 베이스 석으로 돌아가서 자기 음역에 맞는 음성으로 찬양한다는 것이 ‘음악의 평신도 운동’이라고 명명하고 싶다.

옛날, 필자가 서울영락교회 예배에 참석해서 테너로 찬송을 불렀더니, 다 뒤돌아보면서 ‘이상하게 찬송 부른다’는 식의 눈총을 받으며 찬송을 부른 일화가 있다. 형식적이고 기쁨이 없다는 것이 한국교회 예배의 현주소이다.

또 2015년 성탄절이 다가온다. 이번 성탄절엔 목사님이 전 교인의 지휘자가 되어 소품인 ‘고요한 밤’부터라도 4성부로 한번 시창해보면 어떨까. 종래까지 소프라노로만 부르던 ‘지겨운 고요한 밤’과는 전혀 다른 서정성과 고요한 거룩함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4성부 실력을 매년 쌓아가노라면 2016년 성탄절 때는 이때까지 귀로만 듣던 ‘할렐루야’합창을 4성부로 전 평신도가 유창하게 불러보는 감격과 기쁨의 성탄절을 만끽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2017년 성탄절엔 평신도가 부르는 메시아 공연도 못한다는 법이 없다.

쇼펜하우워는 ‘음악적 효과야말로 다른 어떤 영역, 즉 철학이나 문학 등이 주는 감동보다 더 크다’고 하였다. ‘내가 주께 대하여 귀로 듣기만 하였삽더니, 이제는 눈으로 주를 뵈옵나이다’(욥기42:5)

<김근영(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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