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덕 있는 대화가 필요한 이민사회

2015-12-19 (토) 김길홍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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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한국 판 신문에 ‘위증, 무고 공화국’이란 제목의 머리기사가 게재 되었다. 고국 사회의 한 단면, 풍속도를 나타낸 것이다.

그 기사를 읽으며 일화 하나가 생각 났다. 신부 한 분이 여자 과부 집을 자주 드나들었다. 그 교회에 입이 싼 여자 교인이 “우리 신부님이 아무래도 그 여자와 뭐가 있다(Something)”고 입소문을 내었다. 삽시간에 교회는 술렁거리고 신부의 입지가 좁아졌다. 의지 할 곳 없는 과부가 중병으로 누워 있어 신부가 그녀를 돌보아 주었던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 교인들이 감동을 받았다. 소문을 낸 사람은 설자리가 없게 되었다. 그녀가 잘못 했다 여겨 신부를 찾아가 이실 직고 하였다.

“신부님! 제가 잘못 했습니다.” “그러세요, 제 부탁하나 들어 주실 수 있나요?” “뭐든지 말씀 하세요. 따르겠습니다” “죄송하지만 닭털 한 자루만 부탁 드리겠습니다” “저희 옆집이 양계장을 하니 문제 없습니다” 신부는 며칠 후에 자루에 닭털을 가지고 온 그녀를 데리고 바람이 부는 날 그녀와 언덕에 올라갔다. 그리고 그 닭털을 바람에 날려 버리라 하였다. 닭털이 날아간 모습을 보던 두 사람이 침묵했다. 침묵을 깬 신부가 미안하지만 닭털을 다시 모아 주십시오 바로 그겁니다. 저에 대한 루머를 뿌린 것이...”

최근 필자가 잘 아는 한 분이 어떤 사람에게 비영리 단체의 돈을 횡령, 사기를 했다고 무고하게 인터넷과 언론에 퍼트림을 당했다. 그것도 금액까지 넣어서... 물론 모두 다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당한 사람은 그럴 사람도 아니고 그런 일도 없었다고 한다.

그의 고민은 벤자민 플랭클린이 “돈을 잃으면 조금 잃은 것이고 명에를 잃으면 반을, 그리고 건강을 잃으면 모두 다 잃는 것” 이라고 했는데 그 사람 때문에 반을 잃은 것은 물론 건강도 많이 잃었다는 것이다. 자기 직책이 끝나면 그를 명예훼손으로 법정에 세워야 하니 그게 고민이란다.(같은 한국 사람끼리 낯이 뜨거워서...)

연말이 되어 간다. 피차 덕 있는 대화나 화제로 만남을 이끌어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엉뚱한 말로 남의 마음을 상하게 하거나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퍼뜨리는 일은 하지 말자. 건전한 대화로 자신은 물론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자. 그런 일 아니라도 우리의 이민생활이 쉽지 않다.

<김길홍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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