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강절과 기다림

2015-12-19 (토) 김해종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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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은 기다림의 달이다. 한해가 다 저물어가면서 새해가 오기를 기다리고 크리스마스를 기다리고 아이들은 산타를 기다린다. 상가에서는 일년내내 나빴던 경기를 만회할 수 있는 계절이라고 대박을 기다린다. 어떤 백화점에서는 12월 한달의 매상이 일년 전체의 80%가 된다고 한다.

교회력에서는 성탄주일전 4주를 대강절이라 한다. 대강절은 기다림의 계절이다. 메시아 되신 그리스도의 오심을 기다리는 계절이다. 어렸을 때에는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산타크로스를 기다리는 즐거움이 있었다. 부모님이 마련해주신 산타의 선물을 성탄절 새벽에 펴보는 기쁨,.그러나 그러한 천진한 기다림은 이제는 벗어졌다.

금년 2월, 아내가 박테리아 인펙션으로 사경을 해매다 하나님의 은혜로 깨어나고 지금은 하루하루 좋아지고 있다. 퇴원 후 그는 재활원에서 물도 못 마시고 음식도 못 먹고 걷지도 못하고 누워있는 상태에서 100일을 지냈다. 나는 매일 집에 와서 자고 아침을 기다려 아내에게 쫓아갔다. 방 한쪽 구석에 컴퓨터 데스크를 차려 놓고 아내가 음식을 먹을 수 있을 때를 기다렸다.


우리는 젊었을 때 서로를 많이 기다리고 살아온 사이다. 인생의 기다림들, 4개월 동안 아내가 병석에서 일어나기만 기다렸다. 그러나 희망이 있기에 그 기다림은 하나님의 은혜로 헛되지 않았다. 아침에 도착하면 늘 “왜 이렇게 늦게 왔느냐” 고 아내는 불평을 했다. 밤새 내가 오기만을 기다렸던 것이다. 우리는 손을 잡고 기도를 드렸고 주기도를 같이하면 그는 잘 따라했다. 희망이 있었다. 기다리자.

하나님의 역사는 기다리는 일이다. 성경에도 기다리라는 말과 개념이 얼마나 자주 나오는가? 소망은 믿음으로 기다리는 것이다. 소망은 사랑으로 약속을 기다리는 자에게 이루어진다. 사랑이 있으면 믿음으로 기다린다. 그러기에 소망은 믿음과 사랑의 미래형적 실현이다.

우리는 오늘도 조국의 통일을 기다린다. 분단 70년! 금년에도 이루지 못하고 저물어간다. 그러나 하나님의 정의에 대한 믿음이 있고 민족 사랑이 있다면 기다리자. 혼란의 시기는 메시아를 기다린다. 미국도 아이시스의 테러 앞에 정치적인 메시아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차기 대통령이 그러한 인물이기를 기다리고 있다. 성급한 결정은 금물. 우리는 소망 가운데 믿음과 사랑을 가지고 참고 기도하며 기다리자. 그것이 대강절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김해종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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