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난과 부의 불균형

2015-12-19 (토)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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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경제생활을 하기 시작한 건 원시시대 때부터라 짐작된다. 원시시대란 선사(역사기록 전)시대요 경제생활이란 의식주 해결일 거다. 여기에 문자가 발명되고 무역이 성립되자 나오기 시작한 게 화폐란 돈이요 돈은 지금 전 세계인의 목줄을 잡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되어있다. 무전유죄, 유전무죄다.

돈이 많으면 부자요, 돈이 없으면 가난한 자다. 부자는 돈을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선천적 부자가 있고 태어날 때엔 가난한 집에 태어났는데 자수성가하여 부자가 된 후천적 부자도 있다. 하지만, 금 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기, 흙 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기의 장래는 거의가 정해져 있는 것이 세상의 모습인 것 같다. 어쩔 도리 없는 건가?

가난과 부의 불균형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아마도 이 문제만큼은 인류가 사라지기 전엔 해결할 수 없는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가 아니라 할 수 없다. 부익부 빈익빈의 악순환 적 고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금까지도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사회현상이요 경제현상 중 하나다. 공산주의도 해결하지 못한 난제 중의 난제다.


최근 미국의 싱크탱크인 정책연구소(IPS)가 포브스가 선정한 400대 부자의 보유자산이 어느 정도인지를 비교한 보고서를 발표한 적이 있다. 여기에 보면 미국의 상위 20명의 부자가 소유하고 있는 자산이 7,320억 달러다. 2014년 7월을 기준하여 미국의 전체 인구 중 하위인 1억5,200만명이 소유한 6,761억 달러보다 더 많다.

상위 20대 부자는 기업인 8명, 유산으로 상속받은 이 9명, 투자자 3명 등이다. 좀 더 밝히면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빌 게이츠, 해서웨이 회장 워런 버핏, 래리 오라클 회장 제프 베조스, 아마존 회장 찰스 코치와 데이빗 코치 형제, 페이스북 회장 마크 저커버그, 헤지펀드의 대가 조지 소로스 등이 포함돼 있다. 막강한 부자들이다.

다행인 것은 이들 중 상당수가 부의 분배에 동참, 자신들의 자산 중 대부분을 사회에 기부하려는 재산환원운동에 가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10년 게이츠와 버핏은 억만장자들에게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할 것을 호소하는 기부약속운동을 시작했고 기부약속은 전 세계 137명의 부자들이 재산환원에 동참하고 있다.

이에 얼마 전 페이스북의 창업자인 세계 7대부호인 마크 저커버그가 자신의 딸 출산과 때를 맞추어 가지고 있는 주식의 99%인 450억달러(52조 2,720억원)를 살아있는 동안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뉴욕타임스는 규모나 그의 연령(31세)과 시기로 보아 전례 없는 일이라며 젊은 부호들이 이에 동참할 것으로 전망했다.

저커버그는 “자식을 얻은 부모는 세상의 모든 것을 얻은 것과 같다. 아이를 안은 팔이 가득 찼으니 모든 것을 다 내어줘도 행복하다. 딸이 부모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세상에서 자라기만 바랄뿐”이라 했다. 첫딸에게 기부의 정신을 선물한 그것이 사회에 환원돼 불평등과 빈곤의 사회구조적 모순을 조금이나마 해결해 줄 수 있을까.

자유민주주의 나라에선 사유재산이 법으로 보장돼 있다. 경제적 활동도 얼마를 벌어도 괜찮다. 부자가 될 수 있는 조건을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부자가 되지 못하고 부의 불균형은 계속될까. 미국의 1억5,200만명이 가진 재산이 20명의 부자가 가진 재산보다도 작으니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세계의 부호들 137명이 재산환원운동에 동참하는 것 참 좋은 일이다. 저커버그의 450억달러 기부금. 너무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세계에 널려 있는 가난과 부의 불균형의 근본 원인은 해결해주지는 못할 것이다. 참으로 난감한 일이다. 가난과 부의 불균형은 인간들 스스로가 개조되지 않는 한 지구 끝 날까지 지속될 것 같다.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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