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과학자의 정직성

2015-12-19 (토) 염상섭(물리학 박사)
크게 작게
나는 과학도다 보니 아무래도 노벨과학상에 대해서 누구보다 관심이 많다. 올해 노벨상 수상자 발표는 이미 끝이 났지만 그래도 아쉬움에 한국 과학계의 미래를 위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자 한다. 이미 발표된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우리의 이웃 나라 일본. 중국에서 많이 나왔다. 일본은 과학 분야에 이제까지 21명을 배출하였고, 중국화교가 아닌 중국국적 출신이 올해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그러나 한국인 출신 과학상 수상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 이 정도면 한중일 세 나라 중에서 한국은 기초과학 후진국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왜 한국의 기초과학 수준이 이 모양이 되었는가, 어떻게 해야 앞으로 한인 수상자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인가?

한국에는 “과학은 없고 기술만 있다!” 필자가 약 30년 전에 한국과학기술계의 맏형격인 연구소에 근무 할 때 사석에서 농담으로 우리친구 과학기술자들끼리 하였던 이야기다. 당시 연구비를 신청할 때는 PBS라며 연구자의 인건비를 연구비에 포함하여 정부 예산 신청을 하였다. 마치 생산공장에서 제품가격에 인건비를 포함하는 방식과 비슷했다.


사정이 이러하니 해외기술을 복제하는 연구자들만 살아남고, 기초과학자들은 생존이 어려웠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노벨과학상 수상자 한 명도 없음은 세월호 침몰사건과 같이 한국 기초과학 정책의 실패라고 생각한다. 창의적인 연구를 장려하는 식으로 과학기술 및 교육정책을 펼치지 못한 이전의 공무원들과 정치인들의 책임이 매우 크다.

물론 이런 결과에는 우리의 교육문제, 한국전쟁이 야기한 폐허 이후 먹고살기가 어려워 기초과학 투자부실, 반면에 일본은 명치유신 후 과학 저력, 연구비 배분과 지속적인 환경조성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요즘 학생들의 추세는 물리. 화학. 생물학과 같은 기초과학 보다는 공학. 의과대학 등 돈벌이 쉬운 전공으로 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처지에서 기초과학자가 되려는 젊은이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 런지?

그런데 한국에서 결과를 조작하여 유명학술지에 게재하다 발각되어 재판에 간 경우도 있다고 들었는데 필자는 황 모씨 외 비정직한 과학자 무리를 정치과학자로 생각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가 노벨상 수상자감이라고 생각한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일본에서도 비정직한 과학자가 있었으나 노벨상 수상자가 많은 나라에서는 중징계를 내려서 더 이상 기초과학계에 남아있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순수한 호기심으로 기초과학을 전공하려는 젊은이들을 지속적인 지원을 하는 정책, 이들을 격려하는 사회, 그리고 기초과학자들의 정직성 자질 등 모든 조건이 잘 갖추어져야만 미래의 한국인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과학적인 호기심보다는 언론을 통해 출세도구로 과학을 이용하는 자들이라고 생각한다. 놀라운 것은 공저자에 참여한 교수들이 아직도 대학에 남아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에게서 배운 제자들이 얼마나 정직한 과학자가 될런지 의문이다.

<염상섭(물리학 박사)>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