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일본의 검은 속내

2015-12-16 (수)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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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버지니아 공대에서 한인 조승희에 의해 총기 난사사건이 발생하자 국내외 한인은 모두 충격과 함께 불안감에 휩싸였다. 이 사건은 32명이 죽고 29명이 부상당하는 미 사상 최악의 캠퍼스 총기참사였다. 당시 한인들은 미국 내의 반한감정을 몹시 우려했다. 그러나 미국은 한 정신병자의 돌출행동으로 사건을 축소시켜 우리 모두가 적이 안심했었다. 그것이 바로 양식 있는 나라의 국민이요, 지도자들의 처신이 아닐까. 만약 이때 미국사회에서 반한감정이 일었다면 우리는 어떻게 됐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지금 일본에서는 한 한국인의 돌출행동을 침소봉대해 반한감정으로 몰고 있어 심히 걱정 된다. 야스쿠니 신사 화장실에서 난 경미한 화재사건의 용의자가 바로 당시 일본을 방문했던 한국인 남성이라는 점에 혐의를 두고 이 남성이 출국했다 다시 일본에 재입국하자 공항에서 바로 체포하면서 반한감정이 들끓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이 사건은 용의자의 진술이 오락가락하면서 이를 둘러싼 의문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그가 정말 야스쿠니 신사에 방화를 저지르려고 했을까. 의문에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 사건을 두고 일본의 지도자들이 양식이 있다면 미국에서처럼 추이를 지켜보자며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앞으로 한국과 더욱 좋은 관계를 유지해 나가자고 할 터이다. 그런데 오히려 이를 확대시켜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넓히기 위함인지 반한감정으로 몰고 있다. 그가 설령 범인이라 할지라도 그 사건은 한 사람의 돌출행동에 불과하다.

역사적으로 일본은 한국에 수없이 많은 악행을 저질렀다. 그런데 무슨 이유로 아직까지 한국에 대해 못된 감정을 버리지 못하는가. 그들은 과거 관동대지진이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타서 생긴 사건이라면서 조선인 6,600여명을 무참히 학살했다. 또 임진왜란을 일으켜 7년 동안 엄청난 고통과 경제적 피해를 입혔으며, 조선침략을 위해 명석한 고종의 왕후 명성왕후를 시해했고, 36년간 조선을 식민지배 하면서 숱한 만행을 저지르며 말로 다할 수 없는 고통을 주었다.

일본이 자신들의 이런 역사적 과오를 돌이킨다면 한국에 대해 더 이상의 못된 감정을 드러낼 수는 없다. 이제 시대가 바뀌어 한일 양국 간의 선린 우호관계만 생각해도 이제는 과거에 대한 반성과 함께 군국주의적 발상을 버리고 상대국을 배려하는 그런 자세를 가져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일본은 지금 자국 내 힘없는 한국인을 멋대로 이지매하면서 일본 국민들을 결속시키려 하고 있다. 그것은 자국을 파시스트로 몰고 가기 위한 군국주의 발상에서 나온 것이다.

이탈리아의 무솔리니와 독일의 히틀러, 일본의 군국주의자들이 자행한 파시스트는 결국 파멸로 종식됐다. 이 사실을 올바로 인식한다면 스스로 패망의 길을 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일본은 여전히 역사왜곡과 일본의 재무장화, 군국주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독일은 1차 대전 패전후 쇠퇴한 국력과 절망에 빠진 국민들을 결집시키기 위해 ‘강한 독일’을 표방하며 극우행보를 이어가면서 결국 2차 대전으로 이어갔다. 일본도 지금 그 때로 돌아가 국민을 하나로 결집시켜 동북아시아의 전쟁기운을 강하게 고조시키려고 한다.

한국은 일본 내에 흐르는 반한 기류를 보면서 치밀하게 계산을 해야 한다. 그들이 한반도에 대해 펼쳐나갈 정책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저들의 검은 속내를 막아낼 수 없다.
juyoung@koreatimes.com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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