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겨울 벚꽃

2015-12-15 (화) 허도행(시인/ 노인상조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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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인데 벚꽃이 꽃망울을 터트렸다. 때마침 플로리다에 40년째 살고 있는 친구가 전화를 했다. 예년에는 이맘때면 온도가 70도 정도여서 아주 시원하고 쾌적한 날이 계속되는데 금년에는 80도나 되는 기온이 계속된다며 뉴욕은 시원해서 좋겠다는 푸념이다.

세상에 걱정거리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마는 요즈음 내 최대의 걱정거리는 북극의 얼음이 녹아내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내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만 해도 서울의 추위는 매서웠다. 세수를 하고 젖은 손으로 놋쇠로 된 문고리를 잡으면 척척 달라붙던 기억이 새롭다. 손바닥만한 눈송이가 펑펑 쏟아지고 살을 에이는 듯한 바람이 부는 날 북아현동 고개를 넘어 서대문에 있는 초등학교까지 가는 길에 두터운 털장갑에 양말을 두 겹씩 껴 신어도 손발은 오그라들듯 시렸지만 우린 솜사탕 같은 눈길을 걸으며 즐거움으로 재잘댔다. 따뜻한 겨울을 살고 있는 지금 나는 그 겨울이 몹시 그립다.


얼음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북극곰이 죽어간다고 한다. 얼마나 안타까우면 북극곰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표현하는 사람이 있는 지경이다. 그만큼 북극곰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얼음이 꼭 필요하다고 한다. 먹이를 사냥하거나 멀리 이동하거나, 짝짓기 등 모두 얼음 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고 북극곰은 얼음 위에 나와서 쉬고 있는 바다표범이나 바다사자들을 잡아먹는데 단단한 얼음 위에서 사냥할 수 있는 기간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더구나 북극곰에겐 여름의 기온이 너무 올라가서 견디기 힘들 정도이고 또 얼음 어는 기간도 짧아져서 먹잇감들이 얼음 위에 머무는 시간도 짧아졌다. 그래서 북극곰도 사냥을 할 수 없게 되어 굶게 된다는 소식이다. 얼음이 녹았다가 다시 얼어 바다표범을 잡을 수 있을 때까지 굶어야 하기 때문에 얼음이 녹기 전에 집중적으로 잡아먹어 몸집을 평소의 두 배로 불려놓아야 한단다.

이게 어디 곰에만 해당되는 일일까. 우리 사람들은 어떨까. 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빙산이 녹아 바닷물이 높아지면 남태평양에 있는 투발루라는 나라가 지구상에서 제일 처음으로 바다속으로 사라지는 나라가 된다고 한다. 지구가 더워지면 홍수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가뭄으로 인한 농작물의 손실은 불 보듯 뻔하고 각종 질병의 위험도 증가할 것이다. 과학자의 보고서가 아니더라도 호주 등 여러 나라에서 엄청나게 큰 산불이 나고 더구나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에서는 국토개발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삼림을 인위적으로 불태워버리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한탄만 하고 있을 게 아니라 작은 일이라도 우리 스스로가 지구 온난화를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보아야 한다. 승용차 덜 타기, 물 아껴 쓰기, 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하기 등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때마침 파리에서 180개국 세계 정상들이 모인 유엔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가 열려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개스 배출 감축을 논의,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는데 합의했다. 이제 국가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68억 인구 개개인이 모두 지구 온도 상승의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 감축에 너도 나도 나서야 할 때다.

<허도행(시인/ 노인상조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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