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미 장 ‘정원’
그대 떠난 강가에서
나 노을처럼 한참을 저물었습니다
초저녁별들이 뜨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낮이
밤으로 몸 바꾸는 그 아득한 시간의 경계를
유목민처럼 오래 서성거렸습니다
그리움의 국경 그 허술한 말뚝을 넘어 반성도 없이
민가의 불빛들 또 함부로 일렁이며 돋아나고 발밑으로는
어둠이 조금씩 밀려와 채이고 있었습니다, 발밑의 어둠
내 머리 위의 어둠, 내 늑골에 첩첩이 쌓여 있는 어둠
내 몸에 불을 밝혀 스스로 한 그루 촛불나무로 타오르
고 싶었습니다
그대 떠난 강가에서
그렇게 한참을 타오르다 보면 내 안의 돌멩이 하나
뜨겁게 달구어져 끝내는 내가 바라보는 어둠 속에
한 떨기 초저녁별로 피어날 것도 같았습니다
그러나 초저녁별들이 뜨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야광나무 꽃잎들만 하얗게 돋아나던 이 지상의 저녁
정암사 적멸보궁 같은 한 채의 추억을 간직한 채
나 오래도록 아무르 강변을 서성거렸습니다
별빛을 향해 걷다가 어느덧 한 떨기 초저녁별로 피어나
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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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르는 러시아어로 에로스, 그러니까 아무르 강은사랑의 강이다. 낭만적 이름을 가진 그 강가에 저녁이 오고, 빛과 어둠 사이에서 강변 풍경이 쓸쓸하게빛을 발한다. 적막하고도 안온하게 저물어가는 저 먼나라의 낯선 강가에 서면 그 누구의 슬픔인들 빛나지않을까. 강물을 건너오는 인가의 잔잔한 불빛, 그리고막 떠오르는 하얀 별들과 더불어 한 여행객의 고독이어둠 깊은 곳의 적멸보궁처럼 맑고 감미롭게 눈을 뜨고 있다. 임혜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