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지친 삶 달래준 한 잔의 술

2015-12-14 (월) 10:42:16
크게 작게
지친 삶 달래준 한 잔의 술

■거룩한 술꾼의 전설 / 요제프 로트 지음·책세상 펴냄

“신이시여, 우리 모두를, 우리 술꾼들을 어여삐 여겨 술 한 잔과 아름다운 내일을 주소서.” 알코올은 그의 비극적인 삶에 있어 생명의 불꽃 같은 존재였다. 나치 정권의 탄압으로 ‘잊힌 고전 작가’라는 수식어를 달게 된 비운의 인물 요제프 로트. 그가 생애 마지막 넉 달을 바쳐 쓴 이 책은 힘겨운 삶을 술로 달래며 구원을 찾던 한 남자의 애환과 소망을 그린 단편 소설이다.

폴란드인이지만 탄광 노동자로 프랑스에 왔다가 노숙자가 된 술꾼 안드레아스는 어쩌면 나치를 피해 프랑스로 망명, 집도 없이 호텔에서 장기투숙하며 떠돌았던 저자의 또 다른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안드레아스를 통해 이야기 속에서라도 휴머니즘을 보고 싶었던 게 아닐까. 술에 찌든 채 45세 나이로 숨을 거둔 요제프 로프. 거처 없는 세상에서 따스한 고향을 찾고, 희망 없는 세상에서 기적을 찾고자 했던 그의 간절함이 책장 곳곳에 배어 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