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하나가 되게 하소서

2015-12-14 (월) 최효섭 (아동문학가/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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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를 질 것을 결심한 예수는 마지막 기도로서 “저희가 하나가 되게 하소서”(요한복음 17:21)하고 호소 하셨다. 제자들의 화합을 간곡히 희망하셨던 것이다. 최근 작고하신 김 영삼 전 대통령의 모토도 ‘통합과 화합’이었다고 한다. 화합은 분단 70년을 맞은 한국인에게 절실한 가치이다. 통합은 누구나 부르짖는다. 그러나 그 실현이 어려운 것은 각기 욕심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피오렐로 라과디아 씨는 역대 뉴욕 시장 중 가장 명망이 높았던 인물이다.(1934-45년 재임) 그가 즉결 재판부 판사로 있던 어느 날 성탄일이 가까웠는데 빵을 훔치다 잡혀온 한 노인이 있었다. 라과디아 판사는 이렇게 선언하였다. “당신의 행위는 10달러의 벌금형에 해당됩니다.” 그는 자기 지갑에서 10달러를 꺼냈다. “벌금 10달러는 내가 대신 내겠소. 이렇게 배고픈 사람이 뉴욕 거리를 헤매고 있었는데 내가 너무 배부르게 먹은 벌금으로 내는 것이오.” 그런 다음에 라과디아 판사는 자기의 모자를 재판부 서기에게 주며 말하였다. “이 재판정에 계신 분들도 나처럼 너무 잘 먹은 데에 대한 벌금을 내고 싶으면 여기에 돈을 넣기 바라오.” 이렇게 해서 가난한 노인은 오히려 47달러를 손에 들고 재판정을 나가게 되었다고 한다.

성탄 절기는 즐기는 절기가 아니라 사랑을 내주는 계절이다. 묵은 해가 지나기 전에 사랑의 손길을 내밀자. 그래야 밝은 새해를 맞을 수 있다. 서울에 살 때 가까운 미국인 친구가 있었다. 그의 사무실이 광화문에 있었는데 육교를 반드시 건너야 한다. 육교 위에는 늘 댓 명의 신체 장애인들이 구걸하고 있었다. 이 친구는 돈을 준비했다가 하루도 빼지 않고 그 중 한 사람에게 돈을 쥐어주었다. 내가 칭찬하였더니 그는 “날마다 크리스마스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덤덤히 대답하였다.


뉴저지 주 패터슨에 ‘리보’라는 17세의 소년이 있다. 그는 손재주가 좋아서 5년 전부터 자전거 수리를 시작하였다. 틈틈이 이웃을 다니며 안 쓰는 자전거를 기증 받는다. 그것들을 수리해서 크리스마스 때 가난한 집 아이나 복지시설에 선물하는 것이다. 연간 20대나 선물 한다고 하니 정말 훌륭한 소년이다.

사람이 호흡하며 살려면 들이마시기만 해서는 안 된다. 내뿜는 호흡도 있어야 한다. 벌기도 잘 해야 하지만 내주는 일에도 멋진 인간이 되어야 사람답게 사는 것이다. 진짜 저축은 필요한 사람에게 내어준 물질과 사랑이다. 사랑이란 주는 것이다. 악보는 연주되어야 음악이 되고, 종은 울려야 종이 되는 것처럼 사랑도 내어주어야 사랑이 된다. 12월, 아기 예수가 나신 달은 내어주는 달이다.

예수의 탄생은 무척이나 고요한 중에 이루어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메시아의 탄생을 알지도 못하였다. 처음 크리스마스를 축하한 것은 몇몇 목동들과 ‘동방박사’라 불리는 소수의 외국인들이었다. 박수도 갈채도 샴페인도 터지지 않고, 외양간 짐승들의 낮은 울음소리만 고요 속에 메아리치고 있었다. 그렇게 태어난 성자는 나자마자 폭군의 칼을 피하여 먼 광야로 피난가야 하였고, 성장해서도 그는 창녀와 매국노와 죄인들을 친구로 삼아 갈릴리 들판을 헤매었다. 그는 아이들을 좋아하고 노동자들을 제자로 삼았으며 하늘 복음을 전하다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러나 그는 오늘날 지구를 정복하고 그의 탄생을 누구나 축하한다.

그대의 마음이 아기 예수가 누웠던 소박한 구유가 되면 어떨까. 예수가 품었던 용서와 사랑을 그대의 구유에 가득 채워 묵은 해의 질투와 오해와 분노를 말끔히 씻고 새해를 시작하면 어떨까. 고요한 밤 거룩한 밤, 기쁘다 구주 오셨네!

<최효섭 (아동문학가/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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