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비정상화의 정상화

2015-12-12 (토) 이경림(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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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가게나 영업체를 구입할 때 누구나 매상을 확인하고 영업비용 항목을 따져본 후 구입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그동안 많은 고객들의 구입 의사결정을 보면서 느껴온 것은 지출되어야 하는 세금 항목을 대단히 경시하는 경향이 많다는 사실이다.

미국인들이 언제나 고려해야 할 비용으로서의 세금이 최우선 항목이라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우리 한인들은 상대적으로 반대임을 알게 되었다. 이것은 세금이라는 비용이 소위 탈세나 부정한 방법에 의해 얼마든지 조종이 가능하고 줄이거나 아예 내지 않을 수 있다는 위험한 사고방식에 기초하고 있지 않는가 의심해 보게 된다.

반대로 구입한 영업체를 수년 후 매각하게 되는 경우, 양도차익(Capital Gain)에 따른 양도세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하게 되는데 이것은 동서양인을 막론하고 누구나 가장 예민한 사안이 되어 막대한 양도세를 지출해야 할 상황이 되었을때, 정상적인 납세자라면 전문가와 상의하여 합법적인 절세를 강구해야 하나 한인들은 합법적이 아닌 불법적인 방법부터 찾으려 든다. 즉, 비정상을 정상화 하려 한다. 실제 매매 가격과 훨씬 적은 금액이 계약서 상에 기록되고 실제 거래금액과 계약서 상의 금액의 차이를 현찰로 수수하여 그에 따른 불법적 절세를 시도하려는 것이다.


10년 넘게 세탁소를 운영하다 이를 매각하려던 고객에게 판매가격이 곧 양도차익이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영업체를 매각한다는 것은 영업체의 실재산을 처분한다는 것이고 실재산의 장부상 잔존가치가 곧 매매원가가 되는 것임으로 과거 10년에 걸쳐 세탁소의 가장 큰 자산인 기계장비의 장부가격이 원가가 된다.

그러나 이 장비는 과거 10년 넘게 감가상각이라는 세법상 공제 비용항목으로서 그 장부가격이 매년 줄게 되고 10년이 지난 오늘에 와서는 장부 가격이 제로가 되어 매각하려는 세탁소의 매출 원가는 제로이다. 따라서 매출 가격에서 양도차익을 줄이기 위해 원가를 공제하려하나 제로인 장부가액으로 인해 매출가격 전액은 양도차익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의 양도세도 합법적으로 절세하는 방법은 있다. 매일매일 발전하는 정보시대에 살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연방정부, 주정부도 세수를 정확히 걷어들이기 위해 또한 많은 정보를 확보하게 된다. 우리가 거래하는 은행이나 여타 금융기관들도 엄격한 현금거래법에 따른 현금거래보고를 미국세청에 성실히 보고하고 있으며 해외에 은행계좌를 둔 미국인이라면 앞으로 외국은행들이 계좌정보를 국세청에 보고하게 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되었다.

탈세의 가장 안전한 은신처라 할 수 있는 스위스은행의 비밀계좌들도 스위스은행의 통보에 의해 세상에 노출되게 되었다. 탈세의 온상들이 모두 사라지는 상황이다. 불법적 탈세를 막겠다는 선의의 케치프레이즈를 누가 반대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우리는 불법을 합법이란 개념으로 우리의 사고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탈세에 따른 엄중한 형사상, 민사상 대가를 치러야 하는 현실이 바로 오늘이고 또한 미래다.

불법이 횡행하던 세대에서 합법이 주류가 되는 새로운 세대로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따라서 이에 상응하는 우리의 의식구조도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비정상화의 정상화로의 의식개혁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경림(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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