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 언제 그만 두나

2015-12-11 (금)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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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범, 범죄자 등 멕시코 이민자들을 겨냥한 막말을 해온 도널드 트럼프가 7일 ‘무슬림 전면 미국 입국 금지’, ‘미국내 모든 무슬림의 데이터 베이스 확립’, ‘이슬람 사원 폐쇄하자’ 는 등의 막말로 미국의 정체성 문제를 건드리고 있다.

백악관은 ‘미국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고 비판하고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종교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제1조와 미 태생 또는 귀화 여부에 관계없이 시민권의 적법한 절차를 보장하는 제14조를 위반한다 ’고 비난했다. 9일 뉴욕시청 앞에서는 정치인과 종교•지역사회 지도자들이 ‘반트럼프’ 집회를 열어 트럼프의 인종차별적 발언을 강력규탄했다.

트럼프는 뉴욕 퀸즈 출신인데 이곳에 뉴욕시 전체의 3분의 1인 이슬람 사원이 몰려있다. 아스토리아나 잭슨하잇 등지에서 마주치던 무슬림의 좌절과 불안 등 이들의 심적 고통이 보이는 듯하다.


사실 막말로 유명세를 타고 싶어 하는 정치인은 많다. 어떻게든 대중 앞에 자신을 알려야 유권자들이 투표시 표를 줄 수 있는 것이다. 사람 심리라는 것이 전혀 모르는 사람보다 뭔가 시끄러운데 낯이 익은 이름으로 시선이 간다.

국제적으로 비난이 쏟아지자 트럼프는 “내가 하는 일은 FDR이 했던 것과 다르지 않다”고 반박했는데 이는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1941년 12월 일본군의 진주만 공습 직후 11만 명 이상의 일본계 미국인들을 격리조치 했던 일을 말한다. (1988년 미국 정부가 공식 사과)

‘한국의 안보무임 승차론’이나 ‘일본계 미국인 격리조치’ 발언 등으로 아시안을 무시하는 그의 발언들을 보면 그는 진심으로는 대통령이 될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세계의 대통령이랄 수 있는 미국 대통령 경선 후보가 어떻게 히스패닉, 아시안, 무슬림을 대놓고 경멸하고 있는가.

그저 한바탕 파란을 일으켜 세계적인 유명세란 목적을 이룬 다음에 공화당 후보 결정 직전에 출마 포기 선언을 하고 의외의 인물을 추천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막말 할 리가 없다.

원래 자아가 약한 사람이 막말을 하면서 거기에서 보상심리나 반발 심리로 스스로를 만족시킨다 한다. 막말은 폭력적이고 부정적이며 공격적인 에너지를 전달한다. 막말은 거칠고 속된 사회를 조성, 막된 세상을 만든다. 그러므로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국민의 자존감과 삶의 질은 엉망이 되어버릴 것이다.

우리 주위에서도 이렇게 막말 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대개 이런 사람들은 비뚤어진 성격에 열등감, 낮은 자존감을 지녀서 충심어린 조언은 자신을 공격한다고 하고 칭찬은 비틀어서 부정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렇다고 막말을 그냥 하게 내버려두어서는 안된다. 보복을 한다거나 똑같이 막말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악의적인 욕설이나 허튼 소리에 격조 있게 대응해야 한다. 이때 촌철살인(寸鐵殺人)이 필요하다. 공격을 강한 유머로 받아치는 방법이다.

30여년 전 ‘놈’ 과 ‘년’을 일상용어로 사용하는 1년 후배 여기자가 있었다. 어느 날, 자신을 지칭하는 말을 듣고 있던 2년 후배 여기자가 공손하게 말했다.“이O 저O 하지 마세요. 듣는 O 기분 나빠요.” 그 말에 주위의 기자들이 모두 뒤집어졌다. 선배 기분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주위를 웃겨주며 할 말 다 하던 그녀를 얼마 전 TV연예오락프로에서 보았다. ‘신문기자 R' 명찰을 단 그녀는 고정멤버로 시청자들을 웃겨주고 있었다.

이번에 보릿 존슨 런던시장은 ‘런던과 뉴욕의 범죄는 꾸준히 줄고 있지만 내가 뉴욕에 가지 않는 유일한 이유는 트럼프와 대면하는 진짜 위험 때문이다’는 조크를 날렸다. 트럼프는 언제 그만 둘까? 그를 넉아웃 시키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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