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랑과 배려가 필요한 연말

2015-12-09 (수)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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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발표된 버지니아 대학의 신경과학자 제임스 코엔 교수의 ‘사람은 손을 잡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행복해진다’는 연구 논문이 있다. 내용은 연구팀이 기혼 여성들에게 전기충격을 가했더니 스트레스가 급격히 올라갔다. 그후 세 팀으로 나누어 한 팀에게는 남편의 손을, 다른 한 팀에게는 낯선 사람의 손을 잡게 했다. 그리고 또 다른 팀은 누구의 손도 잡지 않도록 했다.

그 결과 뇌 스캔을 통해 남편의 손을 잡은 여성은 스트레스 지수가 큰 폭으로 줄었고 다른 사람 손을 잡은 여성의 스트레스는 그 폭이 적었다. 또 누구의 손을 잡지 않은 여성은 스트레스 지수가 그대로였다. 힘든 상황에서는 ‘사랑의 손길’이 특효약이라는 사실을 입증해주는 논문이다. 한마디로 따뜻한 인간관계, 타인을 위한 사랑과 배려이다.

4개월전 암 전이 사실을 공개한 지미 카터 대통령(91세)이 이번에는 암 세포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고 발표, 세인을 놀라게 하고 있다. 그는 대통령에서 물러난 후 쉬지 않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집짓기 등의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암 투병 중에도 성경공부를 통해 사람들과 나눔의 생활을 해왔었다. 그가 이제 사망선고나 다름없는 암에서 벗어나다니...


타인을 배려한 나눔의 생활에서 나온 긍정의 결과가 아닐까.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이런 아름다운 일상에서 나오는 ‘행복 바이러스’다.
이슬람 극단주의 집단 IS가 지구촌을 피로 물들이면서 공포와 불안으로 몰고 있다. IS는 납치, 인질 참수, 고문 등 온갖 만행을 다 저지르더니 급기야 프랑스 파리의 극장, 식당, 경기장 등에서 총기를 난사해 127명의 사망자와 수백명의 부상자를 낳는 테러를 저질렀다. 또 이슬람 집단의 소행인 듯 보이는 청년의 영국 지하철 칼부림 사건에 이어 미국 LA에서도 최근 이슬람계 부부가 총기를 난사, 14명을 무차별 살해하고 21명을 부상시켜 즐거워야 할 연말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나마 우리를 따스하게 해주는 것은 나눔의 손길 때문이다. 2010년 세계 최고 갑부 빌 게이츠와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이 억만장자들을 대상으로 시작한 기부약속 운동이 크게 호응을 얻어 올해 전세계 부호 137명이 이 운동에 동참했다. 이들이 내놓은 거액의 기부금은 지구촌의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최근 페이스북 최고 경영자 마크 저커버그의 99% 전 재산 사회 환원 발표 역시 우울한 연말을 밝게 해준 행복 바이러스다. 아무리 사악한 세력이 지구촌을 덮친다 할지라도 이들이 있는 한, 지구촌의 내일은 희망이 있다. 이들 통 큰 부호들의 기부만이 사회를 밝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밝은 생각, 아름다운 행동 하나 하나가 모여서도 우리 사회를 밝고 아름답게 만든다.

세상이 아무리 험악해도 우리가 살만한 것은 인류를 위해 열정을 바친 사람들이 있는 이유다. 그들은 세상을 살만한 곳으로 변화시키고 희망 바이러스, 행복 바이러스도 함께 퍼트렸다. 비행기를 만들어낸 라이트 형제, 전구를 발명한 토머스 에디슨, IT혁명을 일으킨 스티브 잡스 같은 이들이다.

불안이 가중되다 보니 경기마저 침체돼 연말분위기가 어두워 보인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모두 밝은 얼굴을 해보자. 그리고 나보다 나약하고 부족한 사람들이 있으면 따뜻하게 보듬어주자. 그러면 행복 바이러스가 퍼져나가 우리 주변, 우리 사회가 훈훈해지는 그런 연말이 되지 않을까.
juyoung@koreatimes.com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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