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패가망신의 술, 마약, 도박

2015-12-05 (토)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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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가망신(敗家亡身). 고사성어 중 하나다. 가산을 몽땅 탕진하고 자신의 몸을 전부 망친다는 뜻이다. 몽땅 탕진만하면 괜찮다. 빚에 빚을 진다. 자신의 몸만 망치면 괜찮다. 자신에게 딸린 가족들까지 모두 마음의 병에 걸리게 하고 결국 길거리에 나앉을 수밖에 없는 망신을 당하는 비참한 결과를 낳게 된다. 이게 패가망신이다.

잘 아는 사람으로 델리그로서리를 크게 3개나 하던 사람이 뉴욕에 살았다. 사람도 좋고 대인관계도 좋아 사업은 날로 번창해 갔다. 처음 하나로 시작했던 가게가 몇 년 안가 3개로 늘었고 또 몇 년 안가면 5개나 6개로 늘어날 찬스였다. 그런데 어느 날 못된 친구의 꾐에 넘어가 애틀랜틱시티를 찾게 되었다. 그곳은 도박의 도시다.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에 휩싸여 황홀한 도박장에서 그는 거금의 돈을 땄다. 세상에, 델리그로서리 하루 매상의 몇 배를 단숨에 따 버린 거다. 그러니 얼마나 기분 좋았을까. 하늘을 날 것처럼 기분 좋게 돈을 따 집에 돌아 온 그는 이것이 계기가 돼 도박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결과는 뻔한 것. 1년 만에 패가망신, 집까지 날려버렸다.
도박중독만이 패가망신을 하는 게 아니다. 술 또한 만만치 않다. 술은 적당히 마시면 얼마나 좋으랴만, 그 적당이라는 게 정말 안 되는 게 술의 속성이다. 한 잔, 두 잔 마시다 보면 처음엔 사람이 술을 마시고 다음엔 술이 술을, 다음엔 술이 사람을 마신다. 오죽하면 이런 말을 할까. 술에 취하면 사람이 아니고 개가 돼버린다고.


그러니 술은 아예 단주를 해 버리는 게 상책이다. 단주란 술을 단 한 방울도 마시지 않음을 말한다. 어떻게 술을 한 방울도 마시지 않고 세상을 살아갈 수 있나. 있다. 그렇게 술을 좋아하던 사람들 중에 술로 인해 씻지 못할 실수를 저지른 후 단주를 하고 한 방울의 술도 목에 넘기지 않는 사람들을 보았다. 이것만이 그의 살길이다.

술이 원활한 대인관계의 매체로 사용돼 긍정적인 역할도 하지만 술로 인해 발생되는 부정적 피해는 실로 말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음주운전으로 인해 벌어진 큰 사고의 경우일 때는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의 목숨까지 잃어버리게 하는 참담한 결과를 초래한다. 그들이 무슨 죄가 있어서 음주운전사고의 희생자가 되어야 하나.

어릴 적 시골서 살 때 아편이 유행이었다. 잘 아는 아저씨가 아편에 중독돼 도둑질을 일삼았다. 아주 심성이 좋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람 좋다는 평판을 듣던 사람이었다. 이 사람도 나쁜 친구의 꾐에 넘어간 결과로 아편쟁이가 돼 버린 케이스다. 도박도, 술도 중독이 되면 끊기 힘들지만 한 번 마약에 중독되면 이건 더 힘들다고 한다.

아편에 중독돼 도둑질을 일삼던 아저씨의 집안은 풍비박산이 나버리고 그도 얼마 못가 세상을 떠 버렸다. 요즘 미국에서는 젊은이들 사이에 마약들이 쉽게 거래되고 있음을 언론을 통해 알 수 있다. 자녀들을 잘 살펴보아 작은 낌새라도 마약종류를 가까이 하는 걸 알게 된다면 바로 상담을 통해 조치를 취하고 벗어나게 해야 한다.

도박, 술, 마약. 패가망신의 전초다. 마약과 도박과 술은 아주 가까이에 있다. 도박중독으로 델리 그로서리 3개를 날려 버린 사람, 마약으로 집안이 풍비박산 난 아저씨. 모두 친구의 꾐에 빠져서 그 길로 들어섰다. 술도 마찬가지다. 술친구들이 많을수록 대인관계엔 좋겠지만 언제 사고를 당해 패가망신할는지는 너도 나도 모른다.

추수감사절이 지나고 라디오에선 크리스마스 캐롤이 싱그럽게 울려 퍼진다. 연말과 새해를 앞두고 많은 단체들이 무수한 파티들을 준비하고 있음을 본다. 파티에선 술이 빠질 수 없다. 적당히 마시고 즐거운 만남들이 되게 해야 한다. 술이 과했다 싶으면 대리운전이 대책이다. 술과 도박과 마약, 패가망신을 가져오는 독약들이다.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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